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종교에 관심이 많아 친구 따라 예배당에도 가 보고, 원불교당에도 다녀 보았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채워지지 않는 2% 때문에 안주하지 못하고 도중하차, 도중하차를 거듭하며 수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대학을 졸업한 뒤, 어느 날 성당 옆을 지나게 되었다. 그 당시 성당이라 하면 내게 두 가지 이미지로 떠오르는 곳이었다. 하나는 멀리서 보아도 우뚝 돋보이는 고딕식 첨탑, 그리고 다른 하나는 새벽마다 들려오는 은은한 종소리. 그 이미지가 경건하고 그윽해서 은근히 가 보고 싶은 곳이었다. 그런데 예배당이나 원불교처럼 나를 인도할 친구가 없었다.
스물두 살 나이가 되어서야 나는 친구 아닌 성령의 인도를 받아 성당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마당 한 쪽에 서 있는 성모님의 석상을 보았다. ‘어머나, 아름다워라!’ 나는 자석에 끌린 듯이 그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위에서부터 아래로 어머니의 모습을 차근차근 훑어 내렸다. 마침내 나의 시선은 성모님의 발치에 꽂혔다. 긴 치맛자락 끝에 살짝 나온 맨발. 성모님의 맨발은 내게 묘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나는 거기서 안주처를 찾아 방황하다가 밤늦게 돌아온 딸을, 맨발로 뛰어나와 반겨 주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만났다. 두 팔을 벌려 ‘어디 갔다 인제 오느냐’며 나를 꼭 안아 주시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이런저런 절차를 밟고 1964년 ‘실비아’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나는 지금도 성모상 앞에 서면 그 날의 감동을 되새기며 성모님의 맨발에 시선을 꽂는다.
안영(실비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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