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 후회스러운 일도 많지만 더러는 기특한 일도 있다.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중 하나가 퇴직과 더불어 ‘성경공부’를 시작한 일이다. 그 해 3월, 본당에서 ‘성서 40주간’을 시작했던 것이다. 꼬박 일 년 동안 매주 월요일, 저녁 8~10시까지 수녀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그동안 성경 한번 제대로 완독을 못했던 터라 수박 겉핥기로나마 신구약을 떼고 나니 그럴 수 없이 뿌듯했다. 나는 그 여세를 몰아 더 공부하고 싶어 ‘성바오로 딸 통신성서 교육원’을 택했다. 학기마다 교과서와 함께 여러 권의 문답지를 보내왔다. 그것을 매월 깨알 같은 글씨로 가득 채워 제출하면서 몇 번이고 혼잣말을 하고 있다.
“잘했어. 시작하기 잘했어.”
세월은 잘도 흘러 구신약 6년 과정을 졸업했고, 지금은 바오로 영성 공부 중에 있다.
내가 만든 단어 중에 ‘귀향 입시’라는 말이 있다. 그동안 숱하게 입시를 치르며 살았는데, 대학입시가 가장 어려운 줄 알았더니 더 어려운 취직입시가 있었고 그보다 더 어려운 결혼입시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그 어느 것보다 최고로 어려운 죽음입시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죽음은 우리를 세상에 내 보내신 하느님의 나라, 즉 나의 본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므로 ‘귀향 입시’라 명명하였다.
나는 목하 귀향입시 준비 중.
성경을 꼬박꼬박 읽고 베끼고 묵상하면서 답안지를 채우다보니 하느님과 한결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머지않아 치러야 할 귀향입시 수험생으로서 ‘성경공부’보다 더 좋은 공부가 어디 있겠는가.
안영(실비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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