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명동성당 일대에서 펼쳐진 범국민 생명수호 대회는 인간생명의 존엄과 수호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의지를 거듭 확인하고 천명한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해 낙태 건수가 150만건에 달하고, 정부는 법으로 이를 묵인하거나 조장하는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일 수 없다. 교회가 철폐를 주장하는 모자보건법 제14조는 “낙태가 처벌받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를 열거하며 사실상 태아 살해를 부추긴다.
따져보면, 낙태(임신중절)할 수 있다는 조건도 인간의 불편과 불리(不利)를 거부하는 극단적 이기심의 표출에 불과하다. 내 인생에 짐이 되고, 걸림돌이 되니까 혹 떼듯이 제거해(?) 버리겠다는 심사 아닌가.
사형폐지운동도 마찬가지다. 신자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100명이 넘는 의원들이 사형제도 폐지에 동의하고 서명했다지만, 사형제 폐지안은 국회 법사위에 상정되지도 못한채 방치되고 있다. 올 연말이면 우리나라도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에 든다고 하니 그나마 위로가 될 뿐이다.
그뿐인가. 아직도 배아복제 연구를 주장하는 무리들이 버젓이 시위를 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의료계 과학계의 눈치만 살피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3월엔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법률안이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을 놓고 줄다리기 하는 와중에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귀막고 눈감고 갈 길만 가겠다는 정부 당국의 처사는 ‘후안무치’가 아닐 수 없다.
교회는 이번 대회 결의문에서 ▲인간생명을 산업적으로 이용말 것 ▲낙태를 조장하는 모자보건법을 즉각 폐지할 것 ▲인간배아 복제 연구를 금지할 것 ▲사형제도를 즉각 폐지할 것 ▲자연출산 장려를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문제는 실천과 실현이다. 먼저 신자들부터 생명존중을 실천하고 구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본당을 중심으로 일선 사목자들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구호로만 끝나지 않기 위해 아래로부터의 공감과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천주교회 차원의 연대와 협력 또한 한층 강화돼야 한다.
이를 토대로, 타 종교를 비롯한 생명운동 단체들과의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이 나라 그리스도교인들만 해도 그 수가 얼마인가. 적지 않은 파워를 형성할 수 있다.
예언자적 소명은 자주 무시와 냉대들 받는다. 그러나 성경말씀처럼 어둠이 빛을 이길 수는 없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생명수호 운동이 더욱 강렬하게 타오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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