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아이들은 집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을 허락받지 못한다. 어떤 집에서는 아이들 이불 속에서 이쁜 강아지들이 함께 먹고 자고 똥오줌도 싸는데, 우리 집에서는 절대로 용납이 안된다. 이유는 이러하다.
첫째, 냄새가 난다. 아무리 강아지를 갈고 닦아도 그 독특한 냄새는 지워지지 않는다. 아무리 냄새나는 것을 막는 사료를 먹이고 오줌똥을 싸자마자 치워서 집밖으로 내다버려도 예민한 코에 그 퀴퀴한 냄새는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둘째, 귀찮고 번거롭다. 아이들이야 지네들이 다 치우고 닦고 하겠다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가. 결국은 엄마 아빠 손을 타게 마련이다. 내 몸 씻는 것도 귀찮은 아빠에게 어디 그게 가당키나 한가.
셋째, 경제적으로 손해다. 조그만 동물들이 먹어야 얼마나 먹겠는가마는 그것도 아깝다. 내 아이들 먹는 거야 아까울 것이 없지만 하찮은 미물들이 내 재산 축내는 것은 두고 볼 수가 없다. 넷째, 아이들 건강에 좋지 않다. 아이들은 동물 털만 조금 날려도 금방 코가 막히고 목이 따갑다. 알레르기 증세가 곧잘 나타난다. 동물 키우느라 내 아이 건강 해치는건 허용할 수 없다.
그 밖에도 동물을 키우지 못하도록 하는 내 나름의 이유는 백가지도 넘게 댈 수 있다.
하지만 1년 전, 학교에서 둘째 아이가 방과 후 활동으로 했던 생명과학반에서 공짜로 조막만한 기니피그 한 마리를 얻어왔다. 완강한 엄마 아빠였지만 아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졸라 할 수 없이 키우도록 허락했다.
처음에는 길이가 내 가운데 손가락 정도밖에 안했는데, 이 녀석이 1년 남짓 자라더니 이제는 필자의 주먹 두 개만큼으로 커버렸다.
그래 놓으니 앞서 들었던, 집에서 동물을 키워서는 안되는 네 가지 이유가 증폭됐다. 처음에야 워낙 작아서 냄새도 별로 안나고, 털도 거의 안 날렸는데, 이제 웬만한 토끼 만큼 커버려서 그 후유증이 엄청나다.
며칠을 고민 끝에 이제는 정리하자고 아이들을 설득했다. 그렇다고 안락사 시킬 수도 없는 일, 적당한 동물병원이나 뜻있는 독지가를 찾아보자고 했다.
아이들은 절대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엄마의 설득에 눈시울을 붉히며 동의했다. 애 엄마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고, 아이들이 충분히 납득할 만했다. 그리고 그 명분은 필자에게도 역시 앞서의 네 가지 이유보다 훨씬 더 큰, 동물을 키우기 싫은 숨겨진 이유였다.
그것은 그렇게 사랑을 주고 키웠던 기니피그가 죽으면 너무 슬픈 일일 것 같다는 것이었다. 어항에서 키우던 금붕어가 죽은 후, 화단에 묻어주고 사흘을 슬피 울던 아이들이었다. 팔뚝만한 기니피그의 선종은 금붕어의 타계와는 비교가 안되는 것이다.
3년 남짓한 수명을 가졌다는 기니피그, 유난히 예민해 곧잘 죽는다는 기니피그가 집에서 죽는다면 아이들에게 닥칠 그 슬픔을 부모 입장에서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기니피그의 죽음을 통해 아이들에게 누구나, 사람이나 동물이나 이별과 슬픔을 겪는다는 진리를 일깨워주는 교육적인 효과도 있을 수 있겠지만 아이들이 너무 어리지 않은가 하는 저어는 필자만의 것은 아닐 듯하다.
기니피그의 죽음을 혐오하면서, 성당을 더 열심히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별이 이별이 아니기 위해서는 오직 아버지 하느님께 의탁해야겠기에.
박영호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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