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오랜 친구가 있습니다. 14년지기죠. 아주 작고 볼품없는 친구입니다. 녀석은 14년을 거칠게 살았지요. 몸이 성한 곳이 없습니다. 달리는 ‘종합병원’이라고나 할까요? 심장이 좋지 않습니다. 조금만 높은 고갯길에선 헐떡헐떡 숨을 몰아 쉬기 일쑤죠. “삐그덕 삐그덕” 몸에선 그야말로 ‘뼈와 살이 타는 밤’입니다. 피부요? 가관이죠. 여기저기 쩍쩍 갈라져 거북등이 따로 없습니다. 안쓰럽습니다. 어쩌다 병원에 데려가면 의사선생님은 아는 척도 하지 않습니다.
그는 왕따입니다. 주위 사람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요즘엔 “어, 저런 녀석도 있네”라며 천연기념물 보듯 하기도 하지요.
얼마 전엔 녀석와 함께 딸아이를 학원에 데려다 준 일이 있었지요. 딸아이는 “아빠친구와는 함께 안 갈거야, 창피하단 말이야”라며 짜증까지 내더군요. 할 수 없이 학원 근처서 남의 눈을 피해 배웅할 수밖에 없었지요.
이런 수모는 한 두 번 겪는 일이 아니라 친구인 저는 개의치도 않습니다.
그러나 전 그를 참 좋아합니다. 오래 사귀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마음 씀씀이가 맘에 들기 때문입니다. 그는 소식주의자입니다. 1200원짜리 돌기름 한사발만 먹으면 20km는 거뜬히 달립니다. 쉴 때도 손바닥만한 공간만 있으면 하룻밤은 끄떡없지요.
‘더 크게, 더 빠르게, 더 많이’가 종교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 참 재미있는 친구죠. 뭐, 환경을 생각하는 건 자기 밖에 없다나요? 아참 그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네요. 1993년산 수동 4단의 경차 ‘티코’. 어때요, 제 친구랑 사귀지 않을래요?
연제호(동아일보 미디어기획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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