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법률안이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 개정 법률안에 의하면 모든 휴대전화에 대한 감청 뿐만 아니라 위치정보를 이용해 상시적인 감시도 가능하게 된다. 인터넷 사업자들은 이용자들의 인터넷 사용 기록을 1년 동안 의무적으로 저장하고, 검경과 국가정보원 등에서 요청할 때마다 관련 정보를 넘겨주도록 규정돼 있다.
개인 정보에 대한 광범위한 감시의 허용은 현대 사회에서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권한의 남용이 아닐 수 없다. 감청 설비 보유를 의무화하는데다가 인터넷 이용기록을 보관해 제공하지 않으면 벌금까지 물린다는 것은 사실상 국민들의 필수품이 된 휴대전화의 통화내용을 온전히 합법적으로 도청하고 인터넷 사용 내역을 감시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강력한 반대의 뜻을 표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반대의 입장은 건전한 시민사회의 올바른 의견 표시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무분별한 개인 정보 수집과 유출이 만연돼 있다. 대형 IT업체들까지도 개인 정보 관리에 극히 미숙하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말 그대로 국민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개인 정보의 유출을 막기 위한 법이다. 애당초 이 법의 취지는 엄격하게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이번 개정안처럼 오히려 개인 사생활을 광범위하게 노출시킬 우려가 있는 권력의 남용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미 헌법에는 제18조에서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일부 여야 의원들의 자세는 비난받아 마땅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행정적 편의를 위해 국민들의 실질적인 기본권에 대한 관심과 존중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처럼 개인 정보를 수사상의 필요에 의해서 마구잡이로 활용한다면 범죄자 색출에 다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 수사상의 극히 부분적인 편의가 국민의 기본권 침해라는 막대한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도모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이는 더 중대한 범죄행위를 조장하는 것이며, 국가 운영의 근간인 인간 기본권을 훼손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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