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판에 의한 살인, 누가 책임지나
2007년 1월 23일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 남을 판결이 있었다. 인혁당 재건위원회 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이 그것이다.
군사독재시절 국가권력에 의하여 조작되고 대법원 확정판결 후 20시간 만에 이루어진 사형집행.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법살인. 그 날은 암흑의 날이었다.
그리고 32년이 지난 지금 그 사건으로 목숨을 잃거나 고통 받았던 이들에게 국가가 사죄하고 배상하라는 판결이 이뤄졌다.
하지만 그렇게 떠나간 희생자들은 ‘돌아올 수 없다’.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그 때의 ‘사법살인’을 공모했던 이들 중에 누구 하나 반성하고 사죄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독재 권력에 기생하며 권력을 향유했던 당시 법정의 중심인물 중 한 명은 명예로운 생전의 직책을 과시하며 민주정부의 대통령이 보낸 조화에 둘러싸여 떳떳하게 떠나갔다.
언론들은 ‘법조계의 산증인’이었다고, ‘영욕의 세월’이었다고 평을 했지만 그가 ‘욕’을 봤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없다.
시대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고, 혹은 법 적용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그리고, 억울하게 떠나간 그들은 '돌아올 수 없다'
사형, 사형제도는 이미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오판, 오류의 문제, 범죄 억제력의 문제, 국가권력이 대신하는 응보에 대한 논리적 도덕적 문제, 위헌, 인권, 종교, 국가책임의 문제 등.
물론 관점과 성장배경에 따라서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사형제의 존속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동의할 수밖에 없는 두 가지 사실이 있다. 우리 사회의 일상화된 다양한 형태의 폭력과 폭력성을 사형제도를 통하여 국가권력이 추인하고 있다는 것과 사형은 돌이킬 수 없다는 바로 그 사실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을 인정한다면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사형! 사형제도. 이게 과연 제도일 수 있을까?’
오는 10월 10일 20여 개의 종교·인권 단체가 함께 하는 ‘사형폐지국가 선포식’이 있을 예정이다. 지난 1997년 12월 이후 10년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사형폐지국가’에 진입했음을 자축하고 실제적인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국민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함이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자, 이제 사형에 대한 정말로 제대로 된 논의를 해야 한다. 그 논의에서 국가나 사회를 걱정하지 말자. 사람과 생명만을 걱정하자. 그래야만 거짓이 끼어들 수 없다.
돌이킬 수 없는 짓들은 지금 끝내야 한다.
생각하면 답답해지는 일들….
2004년 12월 9일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넘는 175명이 발의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지금까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자고 있다.
수많은 이들을 감옥과 죽음으로 몰아넣은 국가보안법을 교회의 ‘어른’들이 유지 존속해야 한다며 사회를 ‘지도’하신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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