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 8, 28)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있었던 해에 4명의 동료들과 함께 사제품을 받았습니다. 일명 ‘88올림픽 공식지정’(?) 신부가 된 것이지요.
전남 여수에서 초·중학교를 마치고 물려받은 신앙에 따라 자연스럽게(어쩌면 세뇌되었다고 해야겠지요) 아니 너무나 당연한 듯이 서울에 있던 소신학교(옛 성신고등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한국외방선교회 소속 신학생으로 대신학교까지 7년, 그리고 군 생활을 마친 다음 교구로의 이적과 함께 광주에서 남은 과정 2년을 마치고 비로소 사제의 삶을 시작한 것입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랫말처럼 많은 이들의 사랑 속에서 순탄한 여정을 걸어왔습니다. 사실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 주어진 결과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내가 뜻을 세우고 인내와 노력으로 일궈온 결실이라는 자부심이 넘쳐 났습니다.
그러면서도 신학교에서 반복된 영성교육의 여파인지, 사제의 삶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어설프게나마 하느님의 사랑에 매달리고 싶었고, 그분의 자비와 이끄심이 없다면 걸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염려로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다가온 말씀이 로마서였습니다.
어느 덧 사제생활 20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로마서의 말씀은, 당시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사제다운 삶을 위해서 내 의지보다는 그분의 계획안에서 작용하는 섭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요 용기라는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내 뜻을 이루었다는 당시의 자부심이 이제는 자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면서 부끄럽습니다. ‘그분의 계획에 따라’ 이루어진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주변 모든 이들의 배려와 인내의 ‘작용으로’ 사제로서의 삶을 일구고 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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