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므흣한’ 내용의 사진과 글들은 인터넷만 연결되면 어디서든지 쉽게 접할 수 있다.
여기에서 ‘므흣한’이란 ‘수상쩍은 미소’ 혹은 ‘마음이 흡족한’이라는 뜻의 단어에서 파생된 신조어로 음란물 폐인들이 자신들의 애욕(愛慾)을 자극하는 자료들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는 은유적인 용어이다.
이 단어의 용법을 알려면 인터넷에서 ‘므흣’을 타이핑하면 되는데, 텍스트에서부터 만화, 사진과 동영상까지 그 용례와 관련 자료의 풍부함이 ‘섹스’나 ‘포르노’라는 직설적인 단어들에 못지 않다.
이처럼 음란에 대한 탐욕을 충분히 만족시켜주는 것이 오늘날의 이른바 정보사회의 혜택 중 하나이지만, 사실 이런 문명의 혜택을 받은 지가 그리 오래 된 것은 아니다. PC 통신 시절, 이런 자료 하나 받으려면 수없이 컴퓨터를 재부팅하고 유난히 신호음이 긴 전화모뎀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인고의 시간을 지나야 했다.
그보다 이전, 곧 60년대와 70년대, 가까이는 80년대에 이르기까지 므흣한 자료들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주로 인쇄물들을 통해서였다. 그 대표적인 것이 스포츠신문과 함께 주간지들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주간지가 바로 ‘선데이 OO’. 지금 다시 보면 실린 기사들 제목이 가관이다. ‘부적 붙인다고 처녀 몸 더듬어’, ‘재미 보려던 셋방 부부 동거 장모에 수면제’, ‘재미보다 숨진 사흘 과부’, ‘안방 문 열었더니 발이 셋’, ‘盜씨에게 당하고 반해버린 有夫女’ 운운. 특히 표지나 속지 화보에 실린 원색의 사진들은 혈기방장한 아이들이 책가방에 넣어 다니며 돌려 볼만한 필수품이었다.
1968년 9월 22일 첫 호가 선보인 후 1991년까지 발행됐다니 근 30여 년에 가깝게 사람들의 호기심을 채워 준 셈이다. 지금 다시 들춰보면 웃음이 나올 만큼 촌스럽지만 나름대로 옛 추억을 되새기고 향수를 불러올 만한 재미난 잡지였다.
그런데 ‘선데이 OO’에 대한 향수인가? 최근 한 신문에서는 이런 류의 잡지들이나 했음직한 보도행태로 물의를 일으켰다. 희미하게 떡칠한, 신모씨의 것이라고 주장되는 누드 사진 몇 컷은 곧 선두를 빼앗긴 다른 언론들과, 항상 퍼나르기를 위해 스탠바이하고 있는 네티즌들에 의해 실시간으로 확산됐다.
사진과 함께 관련 기사를 다룬 여러 신문의 기사 제목들은 온갖 삼류 소설의 분위기로 개작됐다. 여기에 학력 위조나, 고위 공직자의 부정 등 다른 핵심적인 사안은 이미 논외의 것이고 부차적인 사실이 되고 말았다. 이제 기사 제목들은 앞서 맛뵈기로 살펴본 주간지 기사들의 부류와 똑같다.
사이버 세상에서 자기 글을 보고 사람들이 접속하도록, 매우 선정적이고, 발언의 본 취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제목을 달아두는 행위를 ‘낚시질’이라고 부른다. 순식간에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면서 글쓴이는 “낚였다!”고 속으로 외친다. 낚인 네티즌은 자신의 멍청함에 쓴맛을 다신다.
대체 이게 유수 일간지가 할 일인가? 진리를 선포하고 공동선에 기여해야 하는 공기로서의 언론은 이제 ‘선데이 OO’에서 배운 짓을 가지고, 게시판에서 자행되는 하릴없는 낚시질을 따라함으로써 온 국민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
신뢰가 떨어진 우리 언론에 대한 극약처방으로 ‘폐간’까지도 요구하는 사회 일각의 요구를 보면서 ‘욕먹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박영호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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