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보면 심심치 않게 이러한 문구의 현수막을 볼 수 있다. 마치 물건을 홍보하는 것 같다.‘○○○ 처녀’로 통칭되는 그녀들. 그녀들은 왜 상품처럼 치부되는가.
우리는 아무런 의식 없이 또는 장난삼아 결혼이 늦은 남성에게 “○○나라 여자하고 결혼하지 그래?”라고 한다. 또 농촌에 사는 미혼 남성에게는 ‘국제결혼’을 자연스레 권하기도 한다. 그만큼 국제결혼은 어느덧 우리 사이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물론 사랑으로 맺어진 국제결혼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소위 ‘○○○ 처녀와의 결혼’은 우리의 잠재의식에서 그녀들을 존중받아야 할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늦은 나이까지 미혼인 H씨는 주위의 권유로 동남아 여성과 결혼하기로 했다. 농촌에서 사는데다 노부모와 동생까지 있는, 가족의 실질적 가장인 그와 결혼하려는 우리나라 여성을 만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려운 살림에 빚을 내 중매업자가 소개한 나라로 직접 가서 20살이나 어린 여성 중 마음에 드는 여성을 골라 결혼하여 바로 입국했다. 그는 그녀가 혹시나 도망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권을 직접 보관하고, 용돈은 주지 않았다. 가족들을 살뜰이 챙기는 그녀가 점점 좋아 졌지만, 아직도 함께 외출하기에는 남이 의식된다고 말한다.
2005년 4월 현재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의 절반 이상(55.6%)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으며, 경기도 내엔 25%가 거주한다. 전부는 아니지만, 결혼하여 들어오는 이들은 본국의 가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낯선 땅에, 자신을 선택한 낯선 이방인의 남자를 따라 오는 것이다.
하지만, 비인격적인 대접과 본국 못지않은 경제적 어려움은 이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꿈을 빼앗기도 한다. 그래서 작년 말부터 국가에서는 악덕 국제결혼업체를 없애기 위해 ‘허가제’로 바꾸었다. 그러나 오히려 악덕업체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 번 민원이 제기된 업체의 허가를 취소하는 제도가 도입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제결혼 이민자들을 위한 ‘다양하고도 실질적인 프로그램’이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대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식의 전환이다. 백인과의 국제결혼에 대해서는 호의적이나, 동남아인과의 국제결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우리의 이중 잣대가 큰 문제이다. 이제 다문화로 나아가는 기로에서 우리는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여,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세상을 만들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텔레비전에서 외국인들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유명 방송인들이 외국인 근로자의 가족을 직접 찾아가 감동을 전했던 프로그램에서부터, ‘사장님 나빠요~’라며 어설픈 한국어로 외국인 근로자의 애환을 담아냈던 개그, 또 많은 외국인 미녀들이 나와 자신의 나라와 한국을 비교하여 이야기하는 프로그램까지….
최근에는 주말 저녁이 되면 ‘러브 인 아시아’라는 프로그램을 유심히 시청하게 되었다. ‘국경을 넘어 꿈과 사랑을 이어가는 국제결혼이민자들의 가족사랑 프로젝트! 한국으로 꿈을 찾아온 외국인 근로자들의 코리안 드림 프로젝트! ’라는 방송사의 거창한 기획의도를 알아채지는 못하더라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비기술직(E9) 비자로 한국에 들어와서 3D업종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따뜻한 눈물과, 대부분 결혼알선업체의 소개로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여 낯선 땅에서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이들을 보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이들을 ‘외국인’이라고 부르며, 낯선 이방인으로 대할 수만은 없다. 이들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하느님의 자녀들이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산업에 기여하는 ‘근로자’이며, 비록 피부색은 조금 다를지라도 분명 우리 아이들의 ‘어머니’이다. 버스에서, 시장에서, 일터에서 자주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는 같은 땅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는 ‘가족’이라는 것이다.
요한복음 4장에는 예수님이 우물가에서 이방인 사마리아 여인과 거리낌 없이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 땅의 이방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과연 이들은 누구이며, 우리는, 교회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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