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로 샛길에도, 쌈지공원 오솔길에도, 휘트니스센터 트레드밀에서도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양 팔은 하늘을 찌르고, 엉덩이는 실룩샐룩. 그렇습니다. 걷기열풍입니다.
선배 한 분을 만났습니다. 길거리에서의 해후상봉.
“선배, 어떻게 지내세요?” “오랜 만이네.” 악수를 나눈 뒤 명함이 오갔습니다. 전 선배의 명함을 보고 “하하” 웃었죠.
왜냐구요? 그 명함엔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걷는 사람’ 아무개. 그의 직함은 걷는 사람이었습니다.
사연인즉슨 이렇습니다. 선배는 아무개 신문사 편집국장을 마치고 걷기 매력에 빠졌습니다. 직장인처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전국을 걷고 있었죠. 그동안 일에만 매달려 ‘일바라기’처럼 살았으니 이젠 땅을 밟으며 살겠다고 하더군요.
사람은 평생 12만 킬로미터를 걷는다고 합니다. 자동차에 중독된 현대인은 10만 킬로미터도 넘기기 힘들겠지요. 심지어 담배 사러 갈 때도 차를 타고 가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자동차 안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망할 놈의 기계에서 나와 걸어야 한다. 무릎을 꿇고 사암 위를 지나 가시 많은 덤불과 선인장들 속을 기어 다닌다면 훨씬 더 좋다. 핏방울이 떨어져 여러분이 지나간 자리를 표시하기 시작한다면, 여러분은 뭔가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환경운동가 에드워드 애비의 절규가 죽비처럼 머리를 때립니다.
걷고 싶습니다. ‘이 죽일 놈’의 차에서 나와 걸어 나와 발가락에 터진 피를 보면 삶 속의 ‘뭔가’를 볼 수 있을까요? 우리 함께 걸으며 ‘뭔가’를 찾아보지 않으실래요?
연제호(동아일보 미디어기획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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