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 32)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동네형이 “‘자유’와 ‘평등’ 중에서 더 좋은 게 무엇이냐?”고 질문을 했다. 아마 당시 학교에서 실시하는 반공교육 영향 때문인 것 같다. 그때 나는 ‘자유’라고 대답했다. 만일 자유가 다른 가치보다 하위에 있게 된다면 모든 것이 갑갑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절대 자유이신 하느님께서는 나의 자유를 결코 침해하거나 강제하시지 않고 아주 신묘하게 신학교에 들어오도록 섭리하셨다. 이사를 통해 환경을 바꿔주심으로, 인연을 통해 새로운 만남을 주선하심으로, 알게 모르게 도와주심으로 마침내 88올림픽이 열리던 그 해 신학생이 되었다.
막상 신학생이 되고 신학교 생활을 시작하면서 나는 자유보다는 갑갑함을 느꼈다. 모든 것이 규칙과 규율로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기상과 기도로 시작해서 끝기도와 공부시간 그리고 잠자리에 들어야하는 소등시간까지….
대학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선택했다. 그리고 공사장에서 막일도 해보고, 개인 피정도 해보고, 배낭여행도 다녀 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일단의 자유로운 생활은 무엇인가로부터 회피하는 것이고 그 회피처는 결국 자아라는 견고한 감옥뿐이었다.
사제서품을 앞두고 요한복음의 이 말씀을 통해 참 자유는 나 자신을 버리고 하느님과 이웃을 향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가슴깊이 새기게 되었다. 사제로서 사목생활을 하며 신자들을 강제하거나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이르도록 강요하고픈 유혹에 시달린다.
그러나 자유만이 사람을 진실에 이르도록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과연 어느 선까지 신자들에게 선택과 결정권을 주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신자들이 올바른 선택과 결정을 하도록 과연 성실하게 사목하고 있는지도 반성하게 된다.
예수님께서 철부지 어린이와 같은 나의 잘못된 선택과 결정으로 얼마나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계시는지, 그러면서도 성실하게 나의 자유를 지켜 주시는지 묵상하면서 과연 하느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점차 깨달아 간다. 나 역시 사목자로서 양들이 자유롭게 초장에서 생명을 얻고 누리도록 시나브로 예수님을 닮아 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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