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 20)
저의 집안은 오형제. 그중 저는 넷째로서 형들의 그늘 아래서 생활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늘 제게 오는 것이 맨 마지막이라 적극적인 모습보다는 소극적인 모습으로 변해갔습니다. 그 후 초등학교 때 복사를 하면서부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도 형들처럼 멋도 낼 수 있고, 남 앞에서 어떤 것이든 잘 할 수 있어.”
서서히 일부러 뭔가 튀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춤, 노래, 율동 등 습관화돼버린 제 자신은 중·고등학교, 신학교 생활을 하면서도 계속됐습니다.
새 학기를 맞으면서 갑자기 신학교 학장신부님과 영성 지도 신부님께서 저를 찾으시고는 “방학 때 어떻게 지냈는가?”라고 질문하셨습니다. 무슨 말씀일까?
궁금하고 답답한 마음에 사실을 알고 보니 방학기간 중 본당신부님이 신학교로 보낸 생활증언서에 ‘경솔한 행동’이라는 내용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순간 너무 놀랐습니다. 1년을 정말 겸손한 자세로 있는 듯 없는 듯 생활했습니다. 그 후 영성지도 신부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영수는 정말 재주가 있어요. 그 달란트를 잘 활용해 재주를 썩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제가 되기 전 성경책을 보다가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신 구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입니다.”
감사의 눈물이 흘렀고 굳은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내가 하는 행동을 내 인기와 욕심으로 보지 말고 나의 달란트로 신자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하자. 그것은 분명 나의 인기가 아닌 그분의 영광을 전하기 위해 받은 달란트였던 것입니다.
이제는 모든 일에 자신이 생겼습니다. 제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제 안에서 그분이 하신다니 신명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분은 저와 함께 하고 있음을 알고, 감사하며 제게 맡겨진 사목에 더욱 힘써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영수 신부 <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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