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문제 하나.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이이거나 일가친척 가운데 항렬이 같은 손위 남자 형제를 여동생이 이르는 말은 무엇일까요? 설마 지금 머릿 속에서 가계도를 그리고 계시진 않으시겠지요? 네 그렇습니다. 오빠입니다.
사전에는 ‘남남끼리에서 나이 어린 여자가 손위 남자를 정답게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기도 합니다. 가족이 아닌 손아래 여인에게서 오빠라는 말을 듣는다는 것은 설레임입니다. 웬 오빠타령이냐구요? ‘신정아 사건’ 이메일 편지의 일부가 공개된 뒤 그 정겨운 오빠라는 단어가 머리에 맴돌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쩡아’ ‘오빠’로 부르는 그 호칭 말입니다.
전 오빠란 말을 참 좋아합니다. 왠지 정겹습니다. 386세대에게 ‘오빠’라는 말은 좀처럼 듣기 힘들었던 말이었습니다. 깨복쟁이 시절에야 오빠라는 말이 오갔지만 거웃이 생긴 뒤로는 아득합니다.
대학에 들어와 보니 ‘오빠’는 없었습니다. 여자후배들은 저에게 형이라고 불렀습니다. 여남평등의 염원을 담았던 시대의 유물이었지요. 직장은 또 어떻습니까? 오빠는 사라지고 선배라는 호칭의 옷으로 바꿔 입더군요.
‘오빠’가 우리 곁으로 온 것은 유흥가. 쑥스럽던 ‘사장님’의 호칭이 언제부턴가 ‘오빠’로 바뀌더니 급기야 음식점에서까지 ‘오빠’가 난무합니다.
이제 ‘오빠’는 설레임은 없고 돈냄새만 풀풀 납니다. 여기저기서 정도 낭만도 없이 부르는 ‘싸구려 오빠’는 싫습니다. 오빠 아닌 다른 말 없을까요? 그가 오빠라고 불렀을 때 난 그에게로 가 꽃이 되고 싶은 그런 ‘오빠’의 추억이 그립습니다.
연제호(동아일보 미디어기획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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