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종교계 인사들과 시민·인권 단체가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오는 12월 30일부로 대한민국이 사실상 사형폐지국가가 됨”을 선포했다.
2007년 12월 30일은 대한민국에서 사형집행이 중단된 지 만 10년이 되는 날이다. 세계적으로 10년 동안 사형집행이 없을 경우 ‘사실상 사형폐지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관례다.
우리 나라가 사형폐지국가 대열에 든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인권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이날 선포식은 그러한 의미를 온 국민과 국제사회에 공포하고 법적 제도적으로 완전한 사형폐지가 이뤄지도록 국민적 총의를 모으자는 뜻도 있다.
사형폐지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131개 국가가 사형제도를 폐지하거나 사실상 사형폐지국가가 되었다. 유럽연합(EU)은 가입조건으로 사형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사형제도의 무의미성은 이미 여러 차례, 다양한 논거를 통해 증명되고 주창돼 왔다.
인간생명은 천부적인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은 창조주인 하느님에게서 나왔다. 따라서 생명의 주관자이신 창조주 하느님 외에 그 누구도 인간생명을 함부로 말살할 수 없다. 사형제도는 이러한 천부적 인권을 말살하는 것이다.
사형제도가 흉악범죄를 근절하거나 줄일 수 있다는, 소위 ‘범죄 억지(제)력’ 주장도 설득력을 잃은지 오래다. 이미 1988년 유엔이 ‘사형제도와 살인율과의 관계 연구’를 통해 사형제도의 존치 여부가 범죄억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수많은 연구 결과가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오판(誤判) 가능성과 독재 정권에 의해 무고한 생명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 예를 우리는 수도 없이 목도했다. 최근 무죄가 판명된 ‘인혁당 사건’ 은 대표적인 사례다. 죄없는 생명들이 의도적 살인을 당했지만, 남은 가족들의 상처와 고통은 어디에서도 보상받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일뿐 아니라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다. 국가적 위신과 격(格)에 비춰볼때 사형제폐지국가 선포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15대 국회에서 발의되어 의원 과반수가 넘는 175명이 서명 동의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특별법’이 아직도 계류중에 있다. 17대 국회가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통과시켜 완전한 사형폐지국가 대열에 들도록 국회와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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