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영광과 기쁨은 바로 여러분!”(1테살 2, 20)
박해를 피해 로마를 벗어나던 베드로에게 주님께서 나타나시자 베드로는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Quo vadis, Domine)”라고 묻는다. 그러자 주님께서 “네가 버린 내 양들을 위해 다시 십자가를 지러 로마로 올라가노라”하셨고, 이에 베드로는 발길을 되돌리게 된다.
1801년 신유박해 당시 박해를 피해 중국으로 건너가려던 주문모 신부. 압록강의 마지막 밤, ‘양떼는 목자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데, 목자가 생명을 구하기 위해 강을 건널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고 이튿날 의금부로 발길을 돌린다.
‘여러분이 바로 나의 영광.’ 10여 년 전 한 달 간의 이냐시오 피정을 마치고 이 구절을 서품성구로 정했다. ‘농부가 열매를 위해, 부모가 자식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듯이 나 또한 신자들의 기쁨을 위해 그러하리라. 신자들의 행복을 나의 영광이며 기쁨으로 여겨야지.’
서품 후 해를 거듭할수록 사목생활에 익숙해 갔다. 사목의 방법과 요령도 생기고 어지간한 행사는 자신있었다.
그런데 갈수록 성탄의 설렘과 부활의 감격이 사라지고, 그냥 해마다 돌아오는 ‘하나의 행사’ 치르기가 돼버리는 것이었다.
그 무미건조함의 이유를 찾다가 어느 사순절 묵상때 나 역시 “쿼바디스 도미네!”를 외치게 되었다. 부끄러웠다. 아니 놀랐다. 신부인 내가 하느님을 믿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슬프기까지 했다. 하느님이 아닌 자신을 믿고 의지하다가 자신에게 실망하기를 반복하며 하느님께 대한 기대, 설렘, 신뢰에 온기를 잃게 된 것이었다.
열심히 농사를 짓되, 마더 테레사 수녀처럼 ‘주님 손안의 몽당연필’임을 잊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해 본다. 자신이 아닌 주님을 믿고 살아갈 때 ‘이제와 그리고 영원히’ 꿈꾸고 희망하고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기쁨은 바로 당신”이라고 외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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