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이기주의에 의해 함몰될 위기에 처한 납골당 설치문제가 보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수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 국토의 묘지난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여기엔 매장을 선호하는 유교적 전통의 영향이 크다. 유교 사상에 의하면 죽은 조상과 부모를 땅에 묻고, 그 묘를 가꾸고 보존하는 것은 중요한 효(孝)의 표현이었다.
부모 묘 옆에 초막을 짓고 3년상 혹은 1년상을 지내며 자식된 도리를 다하고자 한 것도 모두 이런 문화적 토대에서 비롯됐다. 수백년 동안 유교전통 아래 놓였던 우리 나라는 자연스럽게 매장(埋葬)문화가 발달되어 왔다.
우리 국토는 그러나 십수년 전부터 묘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매년 여의도 크기 만한 묘지가 새로 생겨난다는 자조섞인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이 납골당이다. 문제는 어디에 설치하느냐다. 설치 대상 지역민들의 반발 때문이다.
납골당은 우리 나라에선 대표적인 혐오(기피) 시설로 인식돼 왔다. 이러한 인식은 지금까지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전국 납골당 설치 현황을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전국엔 228개의 납골당이 있지만, 이 가운데 대도시엔 22곳에 불과하다. 10개중 한 개꼴이다. 서울시내엔 모두 5곳이 있다. 최근 서울 모 본당에서 추진하려던 납골당이 지역민들과의 마찰로 중단된 상황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납골당 설치를 반대하는 이들은 주거환경의 질적 저하를 이유로 꼽는다. 그러나 실질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혐오시설이 들어섬으로 야기될 부동산의 가치 하락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자녀 교육상 마땅치 않다는 주장엔 할 말을 잃는다. 죽음을 접하고, 죽음을 되새겨 보는 것이 어떻게 비교육적인지 이해할 수 없다. 소위 ‘님비현상’의 전형을 보게 된다.
다행히 근자엔 화장·수목장(樹木葬) 등 보다 다양한 유해 안치방법이 수용되고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그러나 도심에 건설되는 납골당은 여전히 찬밥 신세다. 요즘은 웰빙에 이어 ‘웰다잉(Well-dyng)’이 주목받는 시대다. 잘 죽기 위해서는 죽음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하다.
납골당은 죽은 이들이 이 세상에 머무는 유일한 곳이다. 지금, 죽은 이들의 안식처를 거부하는 이들이 죽어서 갈 곳 또한 바로 그곳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이 자명한 진리를 왜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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