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마을에서 105세 된 어르신에게 물었다.
“장수 비결이 뭡니까”
“안죽으니깐 오래 살지”
“올해 연세가 몇이신지요?”
“다섯살밖에 안먹었어”
“무슨 말씀이신지….”
“100살은 너무 무거워서 집에 두고 다녀”
어느 코미디언의 우스갯 소리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이 장수의 비결이라는 얘기겠지만, 한 세기를 산 노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그의 말은 경지를 초월한 해학을 전해준다.
글자 한 자 차이로 재미난 비교를 하기도 한다.
“부자는 회원권으로 살고, 빈자는 회수권으로 산다. 부자는 맨션에서 살고, 빈자는 맨손으로 산다. 부자는 사우나에서 땀빼고 빈자는 사우디에서 땀뺀다. 부자는 헬스클럽에 다니고 빈자는 핼쓱한 얼굴로 다닌다.”
부자와 빈자, 두 경우를 바라보는 느낌은 다르다. 없어서 불편할뿐 빈자의 모습이 인간적이며 낭만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혹자는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냐고 할 것이다. 보여지는 것,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요즘 세상에 몰라도 한참을 모른다고 할 것이다.
이 세상에 난 모든 존재는 언젠가는 사라지고 그 생명을 다한다. 인간 생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죽음이 나의 일로 받아들여지기는 간단치가 않다. 사람들은 대부분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형제가 죽고, 친구가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죽음이 내게도 현실임을 자각한다. 그런다고 해서 세상에 대한 미련이나 욕심이 쉽게 거두어지지는 않는다.
지인이 들려준 에피소드 한 토막. 결혼 후 십 수년을 먹지 않고 입지 않고 모은 돈으로 처음 집을 장만했다. 내 집으로 이사 가던 날, 아내도 울고 그이도 울었다. 첫날 밤, 가족들과 모여 앉아 다짐하며 말했단다. “우리 더 욕심내지 말고 감사하며 열심히 살자”고.
입주한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아 아침 마다 소란이 일었다. 새 집으로 오면서 10여 년 만에 교체한 근사한 투 도어형 냉장고가 늘 텅 비었다며 아내의 잔소리가 늘어진다. 그 소리가 듣기 싫어 “그만 좀 하라”고 했더니 아내의 말인즉, “당신 반찬 투정안하면 나도 이런 소리 안한다”며 되레 면박을 주더란다. 사람의 마음이란 이처럼 간사하다.
장수의 비결로 꼽히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은 그저 주어지지 않는다. 세파에 깎이고 다듬어진 마음이다. “안죽으니깐 오래 살지”라는 말 속엔 “내 의지대로 살고 싶다고 아둥바둥해야 별 다를 바 없다”는 체득(體得)의 지혜가 녹아 있다. 또 ‘인명(人命)’을 ‘천(天)’에 맡기는 초월의 경지가 있다. 욕심은 더 큰 욕심을 부른다. 애당초 내 것이 아니었음을 인정한다면 그것이 지금 내게 없다고 하여 속상할 것도, 애타할 것도 없을 듯 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 시기가 다를뿐 예외는 없다. 그래서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은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먹고 마실 것에 걱정이 늘어진 우리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 31~33).
죽은 이들을 기억하고 죽음을 묵상하는 위령성월에 가져보는 생각들이다.
전대섭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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