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주 윤율리아 사태’가 공중파 방송을 타면서 일파만파 큰 파장을 남겼다. 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공중파 방송에서 이례적으로 이 문제를 다뤘다는 것은 이미 이 사태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음을 의미한다. 필자는 이 방송을 보며 걱정부터 앞섰다. 혹시 그동안 교도권에 순명하며 열심히 살아온 신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진 않았을까, 또 비신자들이 가톨릭에 대해 잘못된 편견과 오해를 가진 것은 아닌지 등을 말이다.
방송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윤율리아씨가 성모님의 계시다 하느님의 계시다라며 내놓았던 수많은 증거자료들을 조목조목 반박해나가는 것을 보며 속이 후련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겠지만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자괴감마저 들었다.
신앙인이라면 교도권(敎導權)에 대해 알고 있다. 성부께서는 그리스도를 보내셨음과 같이 복음 선포의 사명을 사도들에게 맡기셨다. 사도들에게 당신의 권위를 그대로 계승하신 것이다. 따라서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은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의 가르침을 믿고 순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방영된 대로 지금 이 시간에도 수백 수천 명이 서로 다른 이유로 나주 성모동산을 찾고 있다. 대부분 절박한 개인 사정들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윤율리아씨의 말과 행동을 전부 진실로 받아들인다는데 있다. 한 사제의 증언대로 이 사태가 이처럼 확산된 데는 안타깝게도 일부 성직자의 개입 없인 불가능했다. 그래서 자칫 교회내부 갈등으로 비쳐질 소지도 있다.
광주대교구는 오랜 기간 신중하게 나주성모 동산에 대한 진상조사를 펼쳐 두 차례나 교구장 명의로 공지문을 발표했다. 내용의 핵심은 ‘사적 계시’가 아니란 점이다. 윤율리아는 나주 성모 메시지를 사적계시로 선전하지 말고 교도권에 순종하란 것이다.
필자는 ‘나주’를 믿는 이들의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었다. 몇 가지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나주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광주대교구의 공지문을 근거로 교도권에 순명하라고 하는 것인데 교도권의 권위는 하느님에게서 나오는 것이므로 교회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을 요구할 때 따르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구원받았지 사제들로부터 구원받은 게 아니다”.
참으로 안타깝다. 앞서 지적했듯이 주님께서는 분명 사도적 계승을 통해 당신의 권한을 사도들에게 부여하셨는데도 이런 주장을 펴니 난감할 따름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자신과 뜻이 다른 교회의 모든 입장에 대해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데, 과연 이런 주장이 교회 안에서 설득력을 얻을 것이라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 또한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도 묻고 싶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각자가 다시 한 번 신앙인으로서 그동안의 삶에 대해 성찰했으면 한다. 어떻게 됐든 교회 내부 문제가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모양새로 드러나고 말았다. 사도들의 후계자인 교구장 주교가 충분히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발표한 권고사항에 대해 따르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가 가톨릭교회의 정통성과 일치성을 인정하겠는가.
우리는 주님을 떠나 단 한 순간도 살 수가 없다. 그리고 오늘 하루를 주신 주님께 늘 감사드려야 한다. 하루의 삶 자체가 바로 기적인 것이다. 기적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있음을 깨닫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승열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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