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진실과 사실 그리고 조작까지 함께 뒤섞여 우리의 이해와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경험을 자주 겪게 된다. 여기에 ‘음모설’까지 곁들여지면 쉽게 이성을 마비시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쉽게 흥분하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무관심의 방관자로 처신하게 만든다.
우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진실, 사실, 조작이란 말의 뜻을 정리한 후 이 바탕 위에서 요즈음 우리가 겪고 있는 사건들을 정리한다.
다음, 실제 사례를 들어 진실과 사실, 진실과 조작, 사실과 조작이라는 조합의 사건들을 구별하고, 각각의 특성과 주의해야 할 대목을 요약하여 흥분속에 감정적 폭발이나 무관심의 방관자적 처신을 피하고 차분한 합리적 결단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진실이란 시대, 장소를 뛰어넘는 진리가 그 바탕이다. 예를 들면 ‘부모보다 더 늙은 자식은 없다’에서와 같이 절대성과 시공초월성이 그 기본 특성이다. 따라서 주관적 해석이나 객관적 설명이 필요없는 명제의 영역이다.
사실이란 시간과 장소, 상황과 형편에 따라 달라지기에 상대성과 시공제약성이 특징이다. 그 예로 부모의 사랑처럼, 자녀를 기르는 부모의 경우 때에 따라 자녀를 꾸짖거나 칭찬을 하는 등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수시로 바뀌지만 그 저변에는 언제나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깔려 있다. 이 경우 사실 영역을 상벌이라는 구체적 형태에, 그리고 진실 영역을 사랑이라는 본질에 비유할 수 있다.
조작은 악의적 형태와 무의식적 꾸밈으로 나뉘어지는 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는 점에서 극복되어야 할 잘못이다. 진실이나 사실을 고의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외면함으로 비현실적 허구를 바탕으로 엮어지며, 때와 장소를 소홀히 하는 시공외면성이 특징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파생되는 결과의 책임은 조작의 객체자가 아니라 조작의 주체자에게 있다.
진실과 사실이라는 조합의 경우는 학문의 이론과 실제에서 보듯이 단순?명료?획일성과 다양?복합?응용성의 질적 구분과 총론과 각론에서 알 수 있듯이 전체와 부분이라는 양적 구분이 함께 한다. 진리와 정의라는 명제는 시공을 초월하여 절대적이다. 그러나 현실에 대한 배려는 필연의 과정이다.
따라서 진리와 정의의 수호는 항상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는 사태에 대한 신중한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모 재벌기업과 모 변호사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거짓과 불의는 분명히 나쁘다. 그러나 때와 장소를 고려하는 현명함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이 경우에 요구되는 태도는 근본주의적 입장이 아니라 진실과 사실의 관계는 상호보완적이라는 지혜였다.
진실과 사실 또는 사실과 조작의 조합은 애매모호한 여지가 있어 분명하게 구분되지 못하는 면이 있다면, 진실과 조작의 관계는 선명하게 차이가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 왜냐하면 진실은 시공초월의 절대적 내용을 다루고 있는 반면 조작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즉 거짓이 항상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모 본당의 납골당 설치를 둘러싼 지역주민의 불만과 이를 선동한 모 국회의원의 경우에서 보듯 장묘문화의 변화필연성 그리고 납골당이 혐오시설로 간주되는 편견의 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한 견해가 때와 장소에 따라 표변하는 모 국회의원의 처신은 진실과 조작의 대표적 예이다.
사실과 조작의 경우 사실 자체가 이미 진실이라는 기준점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각색되었고, 조작이라는 덧칠을 통해 이중적으로 본색을 감추고 있다. 그렇기에 보통사람이 가지는 호기심과 천박한 성향을 쉽게 자극하여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가짜 학위와 권력남용’이라는 거짓과 불의의 대표적 사례가 ‘남녀의 불륜문제’로 둔갑돼 문제의 본질이 바뀌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처럼 조작을 통해 사실의 핵심을 흐려놓아 올바른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거짓과 불의는 ‘황색적 분장’이라고 부를 수 있다.
진실, 사실, 조작의 구별은 일상적 삶의 영역 뿐만아니라 학문적 차원에서의 구분은 보다 절실하다. 이론 분야에서는 낯 두꺼운 베끼기가 극성을 떠는가 하면, 심지어 미국의 한 대학을 최근 3년간 졸업한 63명의 박사학위 소지자의 논문이 제목이나 단어 몇 개만 바뀌고 전체면수까지 거의 비슷한 사례까지 있었다. 황우석의 경우처럼 실제 응용분야에서는 얼마나 많은 조작이 일어나고 있을까?
최근 ‘사회정의 시민행동’이라는 시민단체의 활동을 통해 알게 된 불의와 거짓은 일상차원과 학문차원을 불문하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고질로 모두가 힘을 합하여 해결해야 할 최우선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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