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하나 주께 빌어 얻고자 하는 것은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산다는 것이외다”(시편 27, 4).
“어떤 멋진 구절을 고를까? 서품에 임하는 결연한 마음을 담는 구절은 어떤 것일까?” 마치 세상에 출사표를 던지는 것인 양 서품성구 선택에 신중을 기하기도 하는데, 나는 왜 이 말씀을 뽑았을까? 가장 자주 접했던 말씀이었기 때문이다.
예비신학생모임에 성실히 참여하던 고등학생 때부터 내 방문에 이 말씀이 적힌 조그만 상본이 붙어 있었다. 누가 떼지도 않았다. 또 책상 위엔 이 말씀이 적힌 조약돌이 놓여 있었다. 모두 누나가 해 놓은 것이었다. 그 덕분에 나는 이 말씀을 수백 번, 아니 훨씬 더 많이 읊조렸을 것이다. 시가 그렇듯 시편의 이 구절도 적당히 리듬을 넣어 읊기에 안성맞춤이다.
“오직 하나 주께 빌어 얻고자 하는 것은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산다는 것이외다”.
무심히 자주 접하던 말씀이 머리에 박혀서, 갑작스러운 경우에도 이 구절은 머리보다는 좀 더 깊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울려나왔다.
이 성구에 대한 특별한 체험이나 사건은 없지만, 그런데 말씀에 묘한 매력이 있다. 일단 이 말씀을 읊으면 늘 비슷한 상황이 그려진다.
죽음, 신앙의 위기, 사제직의 위기 등 극단적으로 어려운 상태에 내가 처해 있고, 그 처지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하느님, 하느님의 집을 바라고 있는 모습. 그래서 그런지 그 때의 내 마음 속은 아주 차가워지고 북풍한설 칼바람에 맞서는 듯한 비장한 분위기까지 연출된다.
그런 상상은 내 삶의 뿌리요, 근원적 갈망인 하느님의 집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를 다시금 생각하도록 해준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하느님의 집이니 참으로 복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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