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결혼 이민자, 다문화 가정 등의 용어들이 낯설지 않게 되면서, 우리 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시장에서는 서툰 한국어로 물건 값을 깎는 외국인 주부들을 만날 수 있고, 학교에서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공부를 하며, 외국인 근로자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한국’이라는 곳에서 적응하면서 살아가기란 그리 녹록해 보이진 않는다. 아직 남아있는 혼혈인(특히 동남아와의)과 결혼 이민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격적 모독, 아이들의 교육문제 등은 그네들이 자주 토로하는 어려움이기도 하다.
그러면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타개해 나아가야 할 것인가?
▲먼저 정부는 단순히 노동력으로서가 아닌, 인격적 존재로서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최근 외국인들이 모이는 장소가 늘고 있다. 서울의 경우 혜화동과 동대문이 대표적이고 수원은 수원역을 중심으로, 안산은 안산역 주변을 중심으로 모인다. 이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외국인 대상으로 하는 상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유흥가에는 외국인들이 서성인다. 그들은 인간적인 갈증을 풀기를 원한다. 따라서 이탈리아의 사례와 같이, 현재의 고용허가제에 보충하여 ‘1년 후에 가족들을 초청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면, 그들의 외로움을 조금은 해소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교회는 ‘속인 본당’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유용한 곳에서는 언어나 국적이나 그 밖의 이유로 정하여진 ‘속인적 본당사목구’들이 설정되어야 한다”(교회법 제518항 참조). 실제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야 함은 바로 신자들의 의무이다. 하지만 현재 교회내에선 이들이 모여서 편안하게 기도하고 영적인 나눔을 할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교회는 많은 상담소를 운영, 본당 사무실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수요에 따른 충분한 공급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외국인들을 전문적으로 사목할 수 있는 본당이 점차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각 교구 내에 외국인들이 있는 본당에서는 속인구역을 만들고 한국인 구역장을 세워 그들의 소공동체 활동을 도와야 할 것이다. 본당에서의 이러한 활동이 이루어질 때, 더욱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을 받아들일 의식 전환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참으로 배타적인 성향이 강하다. 이는 외국에서도 나타난다.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이들은 대부분이 중국이나 한국 사람들이다. 그리고 혼혈, 튀기 등의 말을 아무런 의식 없이 사용한다. 하인즈 워드의 어머니 김영희씨는 오히려 한국인의 차별 때문에 미국에서 30년 동안이나 한국인과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다른 민족과 함께하는 행사들을 많이 기획하여 의식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 이민자들의 자활을 도와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는 지자체 별로 결혼 이민자 지원센터를 마련하여 외국인 아내의 적응과 자활을 돕고 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자활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야근과 주말근무로 인해 피로에 젖어 살고 있으나, 딱히 편히 쉴 곳도, 위로받을 가족이 있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이들을 위한 복지 기반의 조성이 보충되어야 할 것이다.
▲다문화 마을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떼제나 포콜라레 등의 공동체를 보면,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도 주님을 중심으로 한 다문화 마을을 형성한다면, 소외된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뤄 복음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점차 열린 마음으로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필리핀인 어머니가 방과 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도 하고, 한국 문화에 낯선 외국인 아내들을 위해 각종 체험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축제와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를 위해 무료로 결혼식을 올려 주기도 한다. 정부에서도 이들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법률을 상정 중이기도 하다.
이러한 우리의 작은 노력들이 계속된다면, 우리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 보시기 좋은 세상은 ‘남’이 아닌 ‘나’의 시선부터 바뀔 때 좀 더 앞당길 수 있다.
자! 이제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결혼이민자, 다문화 가정 아이들, 외국인 근로자를 향해 내가 먼저 웃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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