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기산 주교는 올해 인권주일을 맞아 발표한 담화에서 “현재의 인권상황 개선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신앙인들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회는 대림 제2주일을 인권주일로 지낸다. 인권주일은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보호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또 인권 사각 지대에 놓인 사회 구성원들의 인권 상황을 점검하고 천부적인 ‘인권(人權)’을 되찾기 위한 관심과 지원 노력을 촉구하는 것이 인권주일의 제정 이유다.
인권주일이 대림시기에 제정된 것도 대림절의 의미와 무관하지 않다. 억압받고 소외당하는 그늘진 곳을 되돌아 보라는 요청과 함께 종말론적인 희망을 지향하며 인권 보호와 향상에 적극 투신하라는 시대적 과제를 내포한다.
인권의 요체는 인간 생명권이다. 인간 생명은 천부적이다. 생명을 창조하신 하느님에게서 비롯되기에 그렇다.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인간이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인권 역시 천부적인 것이며, 당연히 하느님에게 그 기원이 있다. 성경에 따르면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됐다”. 생명의 탄생과 사멸을 주관하시는 창조주 하느님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천부적 인권’ 운운할 아무런 근거도 발견할 수 없다.
사회 경제적 발전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인권 상황도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그것은 ‘민주화’와 관련된 분야에서 그러할뿐, 인권 상황 전반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연간 150만 건에 달하는 낙태와 여전히 존속하고 있는 사형제도,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배아 복제 연구에 관한 논란 등을 봐도 그렇다.
최기산 주교는 인권주일 담화에서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인권을 강화하고, 이들을 차별하는 제도, 관행을 철폐할 것을 촉구했다. 특별히 결혼이주민과 이주노동자, 그리고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체적 생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태아는 사회적 약자 중의 약자다. 배아복제 연구와 낙태는 따라서 가장 악랄한 인권말살 행위다.
연말을 기해 ‘실질적 사형폐지국’에 드는 우리 나라가 하루속히 사형폐지국이 됨은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인권선진국 대열에 들 수 있도록 시대적 요청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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