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40을 넘기면서 내게 자주 나타나는 예전에 없던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눈물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슬퍼서도 울고, 또 기뻐서도 눈물이 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더 들수록 조금씩 더해집니다. 내가 슬프고 기쁜 탓도 있지만, 사실은 주위의 슬픔에, 기쁨에 쉽게 동화됩니다.
에디트 슈타인, 갈멜회의 십자가의 축복받은 테레사 수녀는 철학도 시절, 논문에서 ‘감정이입’에 대해 썼습니다. 바로 이 ‘감정이입’이 우리가 말하는 ‘공감(共感)’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다르겠지만, 우리가 이해하는데는 크게 불편함이 없습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공감’에 대해서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눈물이 많아지고 쉽게 슬퍼진다는 것, 이것은 바로 주위의 상황에 감정이입 된다는 것, 즉 공감한다는 것입니다. 한자로 ‘동화(同化)’ 즉 하나가 된다, 비슷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누군가가 느끼는 것을 나도 비슷하게, 동일하게 느낀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이러한 감정이입, 공감의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공감할 수 있는 바탕이 많아졌다는 거지요.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같은 경험을 하고 있거나 했다는 겁니다. 그 경험이 다양하고 많을수록 공감할 수 있는 기회는 당연히 많아집니다.
부모를 잃고 상심에 빠져본 사람이 다른 이의 같은 고통과 아픔을 더 잘 이해하고 함께 슬퍼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을 겪어본 사람이 그러지 못한 사람 보다 그 아픔을 더 현실적으로 뚜렷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파본 사람들이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과 가족들의 아픔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경험하는 수많은 기회가 비슷합니다.
어느 성인이 남겼다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다”. 공감한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론 ‘안다’는 것과 통할 것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아는 것이 먼저겠지요. 알아야 공감할 수 있겠지요.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다는데, 참 옳은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감하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겠지요.
부모와 자식 간에도, 연인 사이에도, 친구 사이에서도 상대방에 대해 알아야 하고, 아는 만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앎과 이해가 바탕이 될 때 비로소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알지 못한다면 쉽게 오해와 편견이 생기고, 불목과 반감이 생깁니다. 그러니 알기 위해, 공감하기 위해 무던히도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감한다는 것은 사실 안다는 것 보다는 더 내적이고 깊은 것입니다. 안다는 것이 이성적이라면 공감한다는 것은 직관적이라고 할까요.
이렇게 말하니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우리 신앙의 궁극적인 종착점은 주님이신 그리스도 예수와의 일치, 사랑의 일치입니다. 그것이 곧 영생이고 구원입니다. 그런데 성인의 말씀에 의하면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다 했으니, 문제는 예수님을 더 많이 알아서, 더 많이 더 깊이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좀 더 직관적으로, 예수님의 일생에 대해 공감할 수 있다면 그분과 더 깊은 일치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분의 탄생, 죽음, 부활에 대해 공감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성모님도 마찬가지겠지요. 성모영보에서부터 승천까지 그분의 일생을 공감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하느님과의 깊은 합일(合一)을 이루신 성인들은 과연 얼마나 공감하셨을까요. 생각하면 아득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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