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1월 28일 새벽녘에 전남 여수 시민 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기뻐했다. 여수가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에 모인 140개 회원국 가운데 77개국 대표들이 비밀전자투표에서 여수를 선택했다. 2012년 5월부터 3개월간 열리는 ‘여수 엑스포’가 9만여 명의 고용과 10조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접전 끝에 여수가 선정되는 데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란 주제가 한몫 했다고 한다. 심각한 오염으로 허덕이는 지구생태계를 살리는데 한 몫 하겠다는 여수시민들의 의지가 세계 여러 나라의 호응을 얻었다.
1997년 ‘기후변화’ 교토회의는 일본 뿐 아니라 수많은 나라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2005년 유엔이 발행한 새천년 생태계 평가보고서는 지구생태계의 약 60%가 지난 50년간 훼손됐다고 밝힌다. 자연환경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보호할 수 있다. 먼저 전해오는 자연유산을 가능한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개발을 최소화하거나 환경 친화적으로 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상처 입었거나 오염된 자연을 정화하고 치유하는 일이다.
1994년까지만 해도 안양천은 공장과 가정에서 버리는 오폐수로 인해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100ppm을 넘는 5급수로 회복불능상태의 물이었다. 그런데 1994년 몇몇 시민이 안양천 살리기 운동을 시작하면서, 1998년 21개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함께 활동한 결과 2002년이래로 지금 안양천에는 피라미를 비롯해 붕어, 메기, 미꾸라지, 얼룩동사리 등 18종의 물고기들이 찾아들게 되었다. 이로써 안양천은 BOD 100ppm에서 5ppm이하의 2~3급수로 회복됐다고 한다. 물이 다시 살아나니 물고기와 새들이 다시 찾아오고 안양천 주변 전체가 시민의 놀이와 휴식공간으로 발전하였다.
스위스 루체른(Luzern)에서 공부하던 시절 기숙사에서 학부 강의실로 갈 때, 관광객이면 누구나 한 번 건너보고 싶어 하는 ‘홀츠 부뤼케’라는 나무다리를 지나 다녔다. 다리 밑을 내려다보며 저 큰 호수가 어쩌면 그렇게도 맑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던 기억이 새롭다. 2001~2005년까지 여름방학 때 취리히(Zuerich)에 머물며 그곳 성당을 도울 때에도 취리히 호수의 맑고 깨끗한 물을 한없이 바라보곤 했었다. 호수 물 전체가 1급수로서 식수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렇게 되도록 끊임없이 돌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러워했었다.
이곳 김포성당 터는 3만3000여㎡(1만여 평)나 된다. 언덕에 1956년 건립된 구성전과 그 아래쪽에 1999년에 축성한 대성전이 나란히 서서 뛰어난 자연경관을 이루고 있다. 전임 사제들과 신자 분들이 땀 흘려 가꾼 덕분에 매주 두 성전에서 미사와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봄, 여름에 성당 저편 논에서 어쩌면 저렇게 많은 개구리들이 울어댈 수 있을까 궁금했다. 논에 제초제를 비롯한 농약을 아예 안 쓰거나 적게 사용한 뒤부터 개구리가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강화군에 자리 잡은 인천신학교 주변에서도 개구리와 메뚜기가 많이 늘어난 것을 보았다.
이같은 현상은 모두 우연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연을 가꾸고 물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함께 노력한 결과다. 여러 성당이나 시민단체에서 자연 살리기 운동에 적극 노력하고 있듯이 김포성당에서도 EM(Micro-organisms 유용미생물) 발효액을 통해 수질정화와 개울 살리기에 나섰다. EM비누와 활성액을 사용한지 몇 개월 만에 피부가 많이 부드러워지고 집안이 깨끗해졌을 뿐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더 맑고 밝아졌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어 기쁘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모습대로 사람을 창조하시고 그들에게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창세 1, 28ㄴ)하고 말씀하셨다. 창조하신 세상을 가꾸고 다스리는 것은 이제 우리 인간의 몫이다. 그분께서는 자연을 보호하고 오염된 물을 정화시키는 미생물과 이를 활용하는 지혜를 우리에게 선사하셨다. 쌀뜨물을 내버리면 물을 그대로 오염시키지만 거기에 EM발효액을 넣어 숙성시키면 환경보호제가 되니까!
효모, 유산균, 광합성미생물 등 80여 종의 미생물이 더불어 사는 EM발효액을 이용해 공기를 깨끗이 하고 물을 정화시킬 수 있다.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세계박람회를 준비하는 여수시민과 더불어 이제 우리 신앙인이 연안도시뿐 아니라 전 국토를 ‘살아있는 논밭, 숨 쉬는 산천’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앞장설 때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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