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아름다운 도시 청주에 사는 것이 나는 참 좋다. 복잡하지도 않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손바닥 보듯 환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다른 지역에 가는 것은 썩 내키지 않는다. 특히 서울에 가게 될 경우, 자주 길을 헤매고 차도 많이 밀려 촌사람인 나에게 서울 방문은 큰 스트레스가 되고 만다.
지난 일요일 처조카가 정릉 근처로 이사를 해 그 집을 방문하게 됐다. 이번에는 헤매지 않고 잘 찾아가려고 내비게이션을 장착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먼저 집 주소를 입력하고 안내를 클릭한 후 출발했더니 친절하게도 목적지까지의 길이 표시되고 운전에 필요한 서비스도 제공해 줘 스트레스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올 수 있었다.
낯선 길을 안내해 주는 내비게이션에는 목적지와 도로안내 그리고 현재위치 파악이 가장 중요하다. 이 세 가지가 있어야만 원하는 목적지에 잘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신앙인들의 삶에도 이러한 내비게이션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처음 가보는 인생길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면 먼저 바른 삶의 목적지를 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목적지를 찾아가기 위한 길을 선택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현재의 내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만 한다.
신앙인의 내비게이션에 입력되어야 할 목적지는 ‘하느님 나라’다. 또 그 길로 안내하는 것은 ‘성경과 성전’이며 현재 내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기도와 자아 성찰’이다.
신앙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과 같이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언제나 하느님 나라를 생각하고, 그 말씀에 귀 기울이며 기도와 성찰을 생활화 할 수 있는 ‘신앙인의 내비게이션’을 반드시 켜 놓아야만 할 것이다.
김현기(베드로.주성대학 스포츠복지과 교수.여가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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