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팔아서 자식을 대학 보낸다 해서 회자됐던 ‘우골탑’이란 말이 있었다. 너무 가난해 끼니 걱정해야 할 어려운 시절이었는데도 부모들은 자식의 입신양명을 위해 전 재산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요즘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우리나라 학구열은 최상이다. 이젠 심각하게 과열된 열기를 우려할 정도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비 규모가 20조400억 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1/10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녀 사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맞벌이하는 부부가 급속히 늘고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작은 나라에서 나라와 국민이 살 길은 오로지 공부와 기술로 성공하는 길 밖에 없다고. 맞는 얘기다. 인적재산이야말로 오늘날 이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식 사랑은 지극정성이다. ‘부모’란 이름의 이들은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더 적극적이다. 혹시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지진 않을까, 다른 아이들보다 뭐라도 빠지는 것은 아닌지 공부뿐만 아니라 부족한 모든 부분에 대해 민감하고 이를 용납하지 못한다. 처한 환경이나 여건이 다를 것인데 자신들은 힘겹더라도 자녀들만은 왕자나 공주처럼 키우길 희망한다. 마치 자신의 소원풀이를 하듯이.
필자의 대학 선배는 금융계에서 꽤 많은 월급을 받는 유망직종의 샐러리맨이다. 누가 봐도 부러운 직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 선배는 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해가 되질 않아 물어봤더니 자녀 사교육비 때문이란 것이 아닌가. 초등학교 4학년 딸 하나를 둔 선배는 자녀에게 들어가는 돈만 한 달에 500만원 가까이 된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녀 하나를 더 낳기보다 딸에게 ‘올인’할 결심을 하고 있었다.
자식 때문에 등골이 휜다는 말이 있다. 어느 부모나 자식 잘되길 바라며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다 쏟는다. 부모로서의 당연한 책임이다. 하지만 최근 이처럼 모든 것을 자녀에게 다 거는 부모들이 부지기수임을 생각하면 씁쓸하다.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고 혹자는 얘기할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자녀들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부모들은 하루 5~6군데 학원을 돌며 밤늦게 파김치가 되어 들어오는 어린 자녀들에게 다 너를 위한 것이니 열심히 하라고 말한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내 두 자녀는 초등학교 입학 전 유치원을 제외하고 마음껏 뛰놀 기회를 갖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결국 꿈에 지나지 않았다. 늘 누구와 비교하면서 학원 수도 하나 둘 늘고 있었다.
이 땅에서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자녀들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등골이 휘면서 자녀 사교육비를 감내하는 것이 부모로서의 첫째 역할이라면 참으로 비참한 현실이 아닌가.
훗날 이 아이들이 탁월한 실력을 갖출 수는 있겠지만, 인성적으로도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막는 것은 무너지는 댐을 막으려는 것과 같고, 자식을 위하는 마음은 드넓은 대지를 비추는 태양처럼 넓다고 했다. 하지만 과욕과 남들과의 비교로 인해 자칫 자녀들을 잘못된 길로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땅의 부모들이 심사숙고해볼 문제다.
마승열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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