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앞에서 살아가며 흠 없는 이가 되어라”(창세 17, 1)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어찌 거부할 수 있을까? 나는 아브라함을 생각해보면서 신앙인으로 하느님 앞에 선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아브라함은 기근을 피하기 위해서 이집트로 내려간 적이 있었다. 그는 자기 아내를 누이라고 속이게 한 장본인이고, 그 덕분에 많은 재산을 불릴 수 있었다. 이런 일은 그 후에도 반복되었다.
그런 부족함을 알고도 하느님은 아브라함에게 큰 민족과 복을 내리셨고(창세기12장1절), ‘나는 너의 방패다’(15장 1절)라고 든든한 후원자가 되셨으니 질투 날만 하다. 예언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존재일까?
아브라함은 아주 난감한 요청에 고민을 하게 된다. 어렵게 얻은 아들을 다시 달라고 하시는 모순된 하느님 앞에 그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고민을 했었다. 고민 끝에 그는 결심을 하고 하느님께 모든 것을 내 맡긴다.
나는 아브라함을 꼼꼼히 뜯어보았다. 그 결과 하느님은 이런 부족함을 알고서도 나를 쓰시려고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으실 것이라 확신하고 싶었다. 나는 흠이 많은 사제다. 그러나 나는 그 흠이 하느님 앞에서 복되게 변화시켜 주실 것을 확신한다.
이것은 마치 예수님이 간음한 여인을 치유하실 때 “다시는 죄 짓지 말라” 고해서 그 여인이 평생 죄 안 짓고 살아갔다고는 볼 수 없는 것처럼, “흠 없는 이가 되어라” 하신 말씀에는 아직도 나는 흠이 많은 존재이기 때문에 넘어져도 그분 앞에서 넘어지기를 원할 뿐이다.
사제 서품을 받기 전에 이 상본을 만들어서 어느 선배 신부님께 갖다 드렸다. 그 신부님은 대뜸 “교만하군”하고 무시해 버렸다. 나는 얼마나 속상했던가. 이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할 만큼 어려운 성서구절인가?
아브라함도 교만했고, 나도 교만한 적이 많았으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구절이라 가끔씩 신자들에게 써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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