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에서 최근 실시한 대선 후보들에 대한 질의와 그 답변들을 보면서, 우리 정치가 혹시 ‘무정책적’이고 ‘비정책적’이지는 않은지 의심이 간다. 물론 쏟아지는 각종 인터뷰와 설문들, 이에 비해 부족한 인력과 시간들은 제대로 된 답변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이해함직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답변들을 꼼꼼하게 읽으며, 과연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리라 나선 분들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 이렇게도, 안목과 식견은 차치하고서라도, 확신과 신념이 결여돼 있었던가 하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물론 우리는 ‘가톨릭’ 신문이라는 정체성, 따라서 교회와 교회의 가르침이라는 정체성에 기인한 관심사들을 중심으로 후보들에게 물음을 던졌다. 어쩌면, 후보들은 종교적 가르침과 신념을 바탕으로 제기된, 특화된 관심사에 일일이 주의를 기울이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교회의 관심사들은 근본적으로 ‘공동선’과 정치인들의 양심이 가장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하는 윤리적인 문제들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그 점에서, 답변들을 통해서 우리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한 후보들의 확고한 신념이 엿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우리 정치 현실, 정치 문화, 정치인들의 도덕적 수준을 드러낸다.
물론 교회의 입장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제외할 때, 소속 당의 존립 취지나 자신의 정치 신념에 조화된, 깊은 연구와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에 바탕을 둔 답변을 준 후보들도 있다. 하지만 일부 후보의 경우, 시류에 영합한, 때로는 질의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 없이 답변을 남발한 경우도 있다.
우리 선거가 정책 선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혹을 성심껏 응답해 준 답변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 것이 참으로 씁쓸하다.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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