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관계자들에 의하면 이번 대선이 유례없이 저조한 투표율을 보일 것으로 우려된다고 한다.
역대 대선 투표율 중에서 지난 16대 대선이 국민들의 참여율이 가장 낮았던 것으로 집계된다. 당시 투표율은 70.8%로 그 전 15대 대선 당시 투표율 80.7%보다 무려 10% 가량이나 낮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의 투표율을 그보다 훨씬 낮은 60%대로 추정한다. 최소한 16대 때보다도 5% 이상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사실 이처럼 투표율이 떨어지는 것은 우리나라 선거의 추세로 굳어진 느낌도 있다. 지난 1987년 직선제로 부활된 대선 투표율은 매년 평균 6.13%씩 하락했다고 한다. 1989년 제13대 대선은 무려 89.2%라는 높은 투표율을 보였는데, 1992년 14대 대선에서는 81.9%,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는 80.7%를 기록했다.
이처럼 투표율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는데는 해당 대선 당시의 정치 판도와 이슈들도 영향을 미치지만, 근본적으로 정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현재 지구상에서 나름대로 가장 효과적인 민주주의의 실천 방법으로서 선거가 갖는 중요성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다. 건전한 시민으로서, 국정에 참여하는 가장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선거이다.
시민으로서의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권의 행사는 시민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신성한 의무이다. 이점에 대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현대 세계의 사목헌장’은 제75항에서 분명히 말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공동선의 촉진을 위하여 사용하는 자유 투표의 권리와 의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정치와 종교가 각자의 고유하고 독립적인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기본권과 영혼들의 구원이 요구할 경우에는 정치 질서에 관한 일에 대해서도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공동선을 실현하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최고의 정치적 행위로서 선거에 참여하여 대표자를 선출하는 일에 공동선의 요구에 따라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한다.
고질적인 냉소주의와 무관심을 털고 12월 19일 제17대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러 기표소에 가는 일은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올바른 신앙생활의 일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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