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가 돈 없으면 자식들도 외면하는 세계서 유일한 나라라는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인구학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녀와 동거하지 않는 60세 이상 부모의 소득이 1% 늘면 자식과 대면할 가능성은 2배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늙어서도 자식 얼굴 자주 볼려면 죽을때까지 돈을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는 속설이 사실로 판명된 셈이다.
‘한국 가족 친족간 접촉 빈도와 사회적 지원 양상 : 국제간 비교’를 주제로 한 이번 조사는 자녀와 동거하지 않는 60세 이상 부모의 속성을 소득 교육 연령 성별 결혼상태 등으로 나눠 각 속성이 자녀와의 대면 접촉 빈도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분석했다. 여기서 ‘소득’ 변수만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우리 나라 사람들은 따로 사는 부모 친지들과 직접 얼굴을 보고 만나는 기회 자체가 세계에서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동거하지 않는 어머니를 1주일에 한번 이상 만난다”고 응답한 비율은 일본과 더불어 가장 낮은 낮은 27%다. 아버지를 1주일에 한번 이상 대면 접촉하는 빈도도 26%로 일본과 함께 나란히 꼴찌다. 형제 삼촌 사촌과의 대면 접촉 비율 역시 각각 24%, 30%, 30%로 모두 최하위권이다.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예로부터 ‘효’와 ‘예’를 인간 행실의 근본으로 삼았던 우리가 아니던가. 물론 대면 접촉 빈도만을 ‘효(孝)’의 척도로 보긴 어렵다. 하지만 직접 찾아가 얼굴을 보이는 것이 자식의 기본 도리임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 서울대교구 노인사목부가 실시한 ‘노인사목 실태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노인 신자 단독 가구는 49.7%로 자녀와 동거하는 경우(47.4%) 보다 조금 더 높게 나타났다. 사회의 일반 지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사회활동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자녀들 눈치 보지 않고 노인 부부만 따로 사는 가구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부모인들 자녀, 손주들과 함께 살기를 원치 않겠는가. 따로 살기를 고집하는 노인 가구도 실은 자식들 편하게 해주려는 마음씀씀이의 결과다.
3~4대가 함께 사는 가구는 찾아보기 조차 힘든 세상이다. 함께 살며 모시지는 못할망정 자주 찾아 뵙고 자식으로서 차선의 효라도 다하는 것이 마땅하다. 부모에 대한 공경과 효도가 ‘재산의 유무’에 좌우되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님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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