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느님께 피어오르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2코린 2, 15)
‘그리스도의 향기’. 과연 그리스도의 향기는 무슨 냄새일까?
향기가 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좋은 냄새를 암시하는 것이다. 나쁜 냄새를 풍기는 것은 향기난다고 하지 않고 그냥 ‘냄새 난다’라고 한다. 더군다나 ‘그리스도의 향기’는 더더욱 좋은 냄새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사도 바오로는 우리 신앙인은 하느님께 피어오르는 그리스도의 향기라고 말씀하신다.
사제서품을 앞두고 고민 끝에 이 성구를 선택하면서 과연 나에게도 이렇게 좋은 향내가 나고 있는가 아니 앞으로 ‘그리스도의 향기 나는 사제’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없지 않아 있었다.
흔히들 사제 서품 당시 상본에 새겨 넣는 성구는 사제가 평생을 지향하면서 살겠다는 ‘출사표’와 같다고 한다. 지난 사제 생활을 돌이켜 보면 누구나 그렇듯이 반성을 하게 한다. 사제 서품 당시의 초심을 간직하고 살아 왔는가? 공동체에 공개적으로 선언한 출사표를 실행하며 살고 있는가?
혹시 내 몸에서 그리스도의 냄새가 아닌 세상의 냄새가 풀풀 풍기고 있지는 않을까?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길은 사랑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다(에페 5,2). 지극히 작은 행동 하나에서도 그리스도의 사랑과 그리스도의 인격과 성품을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사목현장에서 만나고 있는 사람들, 경찰관들, 교도관들, 재소자들, 출소자들에게 그리스도의 향내를 풍기고 있는가?
대답은 없다. ‘처음처럼’ 최선의 노력을 다 할 뿐이다. 사제가 그리스도를 닮아 살아가는 것이 바로 그분의 향기를 갖는 것일 께고, 그렇게 살 때 우리 공동체가 변모하여 우리 모두가 ‘하느님께 피어오르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는 것이다. 새삼 서품 당시를 떠올리면서 반성하게 된다. 꽃향기가 벌, 나비를 부르듯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부르는 그리스도의 향기를 품고 살도록 더더욱 노력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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