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면 직사각형으로 된 하얀 색의 게임기를 갖고 노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일본의 한 게임업체가 만든 휴대용 게임기다.
이런저런 국내의 휴대용 게임기 판매가 통틀어 이미 100만대를 훌쩍 넘었다고 한다. 문외한인 필자에게도 재미있어 보이긴 한다.
게임기는 현대인들에게, 특히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중요한 놀이다. 사실 전자기기를 이용한 게임은 그들이 향유하는 놀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게 그렇게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놀이와 게임의 사회적 의미와 영향에 대한 필자의 식견이 짧은 탓일 수도, 혹은 새로운 문화 현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백과사전을 보니, 놀이를 일러, “‘일’과 대립되는 개념을 가진 활동”이고, “아이들의 활동에는 일과 놀이의 구분이 없으며,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곧 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내 아이들을 보면 일과 놀이는 확연히 다르다. 일은 일이고 놀이는 놀이로 따로 논다. 게임기가 만만한 가격이 아니라서 우리 아이들은 게임기를 아직 모른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 여긴다.
그 이유는 소통이 결여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은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나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일과 놀이 공히 소통이 불가능한 형태라면 그것은 부정적이다.
해묵은 상식이지만, 농경 사회의 전통에서는 일과 놀이가 하나였다. 인력이 곧 생산성이었기 때문에 일은 공동 작업을 요했고, 그 과정에서 공동체의 구성원들 사이에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졌다.
이는 곧바로 축제와 놀이 문화로 이어졌다. 모든 놀이의 형태는 ‘함께’ 해야 하는 것이었고, 그것이 집중적으로 향유되는 것이 공동의 축제였다.
사람들 사이의 소통은 결코 인위적으로 애쓰는 노고가 필요 없는, 자연스러운 삶의 요소였다. 공동체성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공동의 일과 놀이라는 요소, 그리고 그 안에서 이뤄지는 소통의 원활함은 매우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했다.
필자는 현대 놀이 문화 속에서 이러한 공동체성과 자연스러운 소통의 부재라는 점이 치명적이라고 개인적으로 느낀다. 도대체 우리 아이들은 무엇으로 서로 소통하는지가 궁금하다. 과연 이 아이들에게서 공동체라는 개념이 있는지 조차, 솔직히 말하면 대단히 의문이다.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격렬하게 치러지는, 고도 경쟁 사회에 대한 예비체험과 인간적인 상호 교감을 극도로 약화시키는 전자적 놀이가 지배하는 놀이문화. 이런 것들은 폭넓은 인간적 성숙에 바탕이 되는, 소통의 방식에 대한 학습과 너그러움의 덕성이 결핍되게 만든다.
사실 그리스도교는 축제의 종교이다. 희생과 제사는 종종 비탄의 인상을 주지만, 사실 십자가상 제사의 절정과 결말은 환희의 축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축제에서는 인간과 하느님, 사람과 사람간의 가장 완전한 소통이 이뤄지며, 구원이라는 것은 개인의 구령에 그치지 않는 공동체의 구원을 의미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특히 우리 아이들은 소통이 이뤄지는 공동체적인 일과 놀이를 배우고 체험해야 한다. 현대 사회와 문화의 특성상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이에 대한 사목적 대안은 있을 것이다.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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