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등반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 해에도 제주도에서의 연초 교수회의를 마친 후 몇분 동료들과 눈 덮인 한라산을 등반하고 있었다.
등반 도중 일행 중 한 교수에게서 “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데, 한 부류의 사람은 히말라야에 가본 사람이고, 다른 한 부류의 사람은 히말라야에 가보지 못한 사람이다”라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히말라야 트레킹을 앞둔 자랑으로 받아들였었다.
히말라야 등반은 누구든지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는 그 즉시 불가능한 도전이라고 포기하였거나, 일부는 도전의 꿈은 가지고 있지만 여러 가지 제약으로 결국 포기해 버렸거나, 일부만이 도전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을 것이다.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준비부족이나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중간에 탈락하고 히말라야 트레킹을 무사히 끝마친 사람은 극히 적은 수에 불과할 것이다.
‘돈오점수’의 길
불가에서는 깨달음을 얻는 과정으로 “갑자기 깨닫고 그 즉시 체득화”하는 길과 “한 번에 깨닫기는 하지만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체득화”하는 길로 풀이할 수 있는 ‘돈오돈수’와 ‘돈오점수’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승에서의 구도과정은 특별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돈오점수’의 길인 것 같다. 실천을 통해 진리를 터득하는 길은 게으르지 않고 함께, 꾸준히, 행동하는 데 있다.
거창한 주제가 아니라 서울근교 산행을 예로 들더라도, 계획에만 그치거나 우선순위에 밀려 연기되는 등 실제로 산행을 마치는 경우는 일부에 국한된다.
힘든 일, 까다로운 일, 복잡한 일은 우직하게 대처하기 보다는 적당한 핑계를 구실로 모면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라고 여겨, 행동이나 실천이 아니라 머리로만, 말로만, 글로만 살아온 나를 보면서 그때 들은 그 이야기는 어쩌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항상 되새겨야 할 좌우명처럼 느껴졌다.
역동적 기다림의 자세
앞의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는 특정한 산의 등반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 꿈을 갖고 그 꿈의 실현을 위해 도전하는 사람과 애초에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거나, 꿈을 가졌더라도 그의 실현을 위해 도전하는 데는 게으른 사람에 대한 가르침이라고 여겨진다.
아직까지 ‘선과 악’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나는 경험을 통해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어떤 대상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슬그머니 다가와 내 마음에 둥지를 틀고 어느날 문득 깨달아 끊어버리려고 엄청난 노력을 해도 쉽게 물리칠 수 없는 대상은 ‘악’인 것 같다.
그런데 어떤 것은 대단한 각오와 실천을 통해 이제는 내 분신으로 되었겠지 믿었었는데 하루아침에 나에게 떠나는 것은 분명히 ‘선’인 것 같다.
산행이라는 목표를 앞두고 산사나이들은 완벽한 등산장비와 고된 산악훈련 마지막으로 바위 같은 마음가짐을 다진다. 막연히 산행일자만을 손꼽거나, 영상자료로 등반할 산의 지형만을 감상하지는 않는다.
‘기다림의 시기’인 요즈음 우리들의 자세도 이처럼 역동적인 기다림의 자세로 완벽하게 준비함으로써 아기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려야 한다.
모든 시작은 모험
이번 선거에서 공동선 증진에 투신하고 인간존엄성을 존중할 후보를 교회의 가르침대로 선택한 교우는 그분의 재임기간 꾸준한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을 때 민족의 앞날은 밝아질 것이다.
모든 시작은 모험이다. 따라서 두렵다. 새롭기에 익숙하지 않고, 실수의 경우 이를 도약의 발판으로 받아들이는 데도 서툴다. 그렇기에 전임교황께서는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용기를 가지십시오!”라고 격려하고 계신다.
시작은 모든 과정의 작은 첫걸음이 아니라 이미 전 과정의 반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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