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0, 31)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이것이 내가 너를 보냈다는 표징이 될 것이다”(탈출 3, 12)
주위 사람들로부터 ‘재미있다. 유머가 많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외향적 성격 때문에 사람들 만나기를 좋아하고 흥미 있는 얘깃거리들을 재미있는 제스처로 풀어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신학생시절 동료들도 같은 얘길 해도 더 재밌게 한다는 말을 하곤 했다. 성대모사나 다른 이의 흉내도 잘 내어 웃기기도 했다. 이렇게 외향적이어서 사람들을 만나는 걸 즐기고 좋아하더라도 사제로서 여러 사람 앞에서 선다는 것은 신학교 생활 내내 엄청난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부제품을 준비하고 있던 1997년 이맘때는 그 두려움이 더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왔다. 그것은 아직도 준비가 안 되어 있는, 너무나 부족한 내 모습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단순히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는 아니었다.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의 노력도 있어야겠지만 나는 분명 한계를 지닌 한 인간일 수밖에 없었다.
부제품 피정 중 나는 이 심각한 두려움을 주님께 봉헌하고 해답을 주시길 기도하였다. 피정을 마칠 때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기에 앞서 하느님께 부족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내 마음을 일치시키시며 이 말씀으로 답해주셨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0, 31).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이것이 내가 너를 보냈다는 표징이 될 것이다(탈출 3, 12).’ 가슴이 벅차고 감사했다. 당신께서 함께 계시겠다는데 무엇이 두렵겠는가?
또한 나는 그 분과 함께하지 않으면, 그 분으로 채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이며 주님의 손에 쥐여졌을 때만 드러낼 수 밖에 없는 도구임을 다시금 확인하며 새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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