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고 하는 말씀이에요. 이곳에 사는 모든 사람이 피해를 입었는데 누굴 소개시켜드립니까?”
기름유출로 큰 피해를 입은 신자를 찾는다는 이야기에 태안본당 사무장은 반문했다.
지난 12월 14일 오후. 태안시내는 한산했다. 텅 비어있다는 이야기가 더 정확하겠다.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았고 그나마 문을 연 곳에서도 사람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모두 바다로 나갔기 때문이다.
태안 사람들에게 바다는 은행이자 저금통이었다. 그 바다가 기름에 파묻혔다. 배를 타거나 양식업을 하는 사람들은 언론이 이야기하듯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피해는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다.
수산물을 트럭으로 대도시에 실어 나르던 주민은 하루아침에 일감이 떨어졌다. 빚을 얻어 펜션을 지은 사람 뿐 아니라 펜션 청소를 하는 이도 당장 벌이를 잃었다. 낙지나 바지락을 캐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이 발길을 끊자 식당이며 방앗간, 정육점도 개점휴업 상태다. 이들은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어서 보상도 받을 수 없다.
성당에 모인 신자들은 태안을 떠나야 할지 말지를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한 신자는 지금 살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하나, 안 쓰는 방법뿐이라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신자 50% 이상 직·간접 피해를 입은 본당은 올해 성탄행사를 대부분 취소했다. 전 신자가 번갈아 바다에 나가 복구에 힘쓰고 있지만 힘에 겨워 보인다.
대통령 선거 때문이었는지 유난히 부산스러웠던 연말을 보내며 하루쯤 가족과 함께 태안을 찾아 본당 공동체에 힘을 보태보길 청한다. 사람의 손에 의해 철저히 망가져버린 자연의 모습을 보고 반성하며 작은 힘을 더해보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