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달라졌다. 10년전 만해도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난다는 것은 독특한 경험에 속했다. 하지만 이제는 외국인을 보더라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거의 없다.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농촌도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외국인 며느리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이제는 이주민에 대한 사목의 필요성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떤 원칙과 철학으로 이들을 대해야 할까. 이주사목의 발전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볼까 한다.
▲환대
: 환대의 원칙으로 이주민들을 실질적으로 돌보는 일에 주력을 해야 할 것이다.
소공동체 중심으로, 성경을 중심으로, 간부양성 중심으로 이들을 영적으로 잘 돌보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수요자와 수혜자 중심의 사목 상담소와 인권 센터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들 시설의 운영 영성은 실적주의와 팽창주의가 아닌 그들을 주인으로 생각하고, 조건 없이 그들을 도우려는 박애의 정신을 근간으로 해야 한다.
이주민들이 잘 모이는, 접근성이 용이한 곳에 영적인 돌봄을 위해 영어 미사를 봉헌, 미사참례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또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선택이라는 교회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배려는 이주민들을 위해서도 열려있어야 한다. 갈곳없는 이들을 위해선 여성쉼터와 남성쉼터도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교구민들에게 옷과 일상품을 기증받아 이주민들에게 싼 값에 제공하는 아름다운 나눔터도 함께 운영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영적 도움이 중요하다. “나는 살아서도 그리스도인이요, 죽어서도 그리스도인이다”라고 말씀하신 김성우(안토니오) 성인의 말씀을 육화하기 위한 노력은 이방인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연대
: 그렇다고 해서 이주사목은 신자 이주민만을 위한 사목이 되어선 안된다.
수원교구의 경우 비신자들을 위한 센터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이주 사목은 인권을 위한 현장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수원교구는 지역적으로 안산, 수원, 광주, 평택, 용인, 왕림, 안양에 이주민들을 위한 인권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또 결혼이민자센터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모든 센터는 연대를 원칙으로 이주민들을 위한 산재, 임금체불, 의료, 고용안정, 문화행사, 교육(한글 및 문화) 등의 서비스를 통해 그들의 적응과 자활을 돕고 있다. 또한 이주민들과 결혼이민자들의 자녀들을 위해 안산과 수원에 아가방 및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세상을 향한 교회, 세상으로의 교회”라는 사목헌장의 정신을 실현하는 노력이다. 이는 나와 너의 하느님이 아닌 모두의 하느님을 알리려는 연대적 삶의 실현이기도 하다.
▲유대
: 인권 수호는 구체적인 유대의 실현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은 바로 민족과 종교간의 몰이해로 인한 것이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때, 다르다는 것으로 인한 차별화와 우월화가 발생하지 않을 때, 지구는 평화로울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이러한 구체적인 유대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인종과 민족의 구분이 없는 사귐을 통하여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하느님나라를 이루어야 한다. 둘째 구체적으로 정신적 물질적인 나눔을 통하여 하느님 안에서의 큰 가족을 이루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선택인 박애의 실천을 통하여 하느님 나라를 앞당기고 살아가야 한다.
“가장 미소한 이에게 한 것이 바로 나에게 한 것이다”는 말씀대로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도와야 한다. 굶주리고 헐벗은 이들, 나그네 된 자들과 갇힌 이들과 구체적인 만남을 통해 우리의 주님을 삶의 주인으로 모셔야 할 것이다.
제한된 만남과 제한된 사고로는 주님의 넓은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그리스도는 모두를 그리고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을 구체적으로 돌보시고 사랑하신 분이시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그분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바로 그분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마음이 찢긴 이들을 만나 사랑하는 것일 것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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