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民衆)’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나 사회를 이루고 있는 다수의 일반 국민”이다. 민서(民庶)라고도 말한다. 민주주의는 보통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라는 말로 표현된다. 국민이, 민중이 민주주의에 참여하고 실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선거다. ‘대학’의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 장에 보면 “민중을 얻으면 나라를 얻고, 민중을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得衆卽得國, 失衆卽失國)는 말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17대 대통령 선거는 민중의 위대한 힘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매우 의미있는 사건이다. 이명박 후보의 17대 대통령 당선은 국민의 염원을 읽어내고, 민중(의 마음)을 얻은 결과다.
이명박 당선자의 경력은 화려하다. 이당선자에게는 늘 ‘샐러리맨의 신화’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번 당선으로 ‘선출직의 트리플크라운’이라는 새 조어(造語)도 생겼다. 국회의원과 서울시장, 대통령 당선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삶을 표현하는 수식어들 가운데 ‘가난-도전-성공’이라는 말도 있다. 이당선자는 고교 진학을 포기해야할 만큼 찢어지게 가난했던 유?소년 시절을 보냈지만, 가난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을 거듭한 끝에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대통령 당선자가 됐다. 그의 인생을 표현하기에 이 보다 적절한 말은 없을 듯 하다. 대통령 후보로서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도 ‘국민성공시대’였다. 이명박 당선자의 주위는 온통 ‘성공’이란 단어로 도배된듯 하다.
문제는 성공이 지향하는 내용이다. 그 색깔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 다수는 이당선자가 표방하는 ‘성공’에 환호하고, 그러한 ‘성공’을 애타게 원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기 때문에 이 문제는 중요하다.
‘성공’의 사전적 의미는 ‘뜻을 이룸’이다. 이 정의를 현재의 우리 사회상에 대입시키면 ‘부(富)나 사회적 지위를 얻음’이라는 뜻으로 변색된다. 달리 말해서 ‘출세’가 곧 ‘성공’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자본의 축적’, 즉 돈의 많고 적음이 성공의 바로미터가 된다. ‘성공=돈’이다. 과연 그런가.
이명박 당선자가 주창하는 바대로의 ‘성공’ 역시 이러한 등식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지 지극히 우려된다. 이명박 당선자의 “국민 여러분, 성공하세요”라는 구호는 웬지 한때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부자 되세요’라는 말의 반복처럼 들린다. 본지가 대통령 선거 직전 실시한 주요 후보들의 생명 및 사회의식 조사에서도 당시 이후보는 충실히 응답한 후보들 가운데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기에 더욱 그렇다.
출세, 자본의 축적으로서의 성공이 모두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민생(民生)’은 현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당선자의 향후 5년간의 치세는 국가와 사회발전에 중대한 고비임이 분명하다. 당선자측이 천명하고 있는 ‘실용정부’가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낼 것임을 믿고 바란다.
다만, 그동안 쌓아올린 인권 도덕 양심의 성숙과 발전이 후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남들이 100년 걸린 일을 30년만에 이룬 댓가를 우린 두고 두고 치르고 있다. 돈이면 무엇이든 되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국민성공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이명박 당선자와 차기 정부가 성공의 의미를 제대로 식별하고, 때로는 해야 할 일 보다 하지말아야 할 일을 챙겨보는 혜안을 가지길 당부한다.
민중의 심판은 길어야 5년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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