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미 예수님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시는 애독자 여러분께, 새해를 맞아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해 80주년이라는 시간의 한 획을 넘어서 이제 100주년을 향한 새로운 시작의 출발선에 선 가톨릭신문사는 그동안 보내주신 성원과 지지에 다시 한 번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하느님께서는 시간에 매여 계시지 않지만 우리는 언제나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긴 호흡을 다스리며, 되풀이되는 주님의 은총 속에서 다시 태어나곤 합니다.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80주년을 지낸 저희는 그리스도께서 저희들에게 맡겨주신 찬란한 빛을 소중하게 간직하며 그 빛이 온 누리에 퍼져나가도록 한층 뜨거운 열의로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단 한 번의 십자가상의 제사로 인간을 구원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구원의 사건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끝없이 되풀이되면서 우리를 새롭게, 더욱 새롭게 해주십니다. 특히 우리는 미사에 참례할 때마다 그 구원의 사건을 매번 직접 체험하게 되며, 죽음을 이기고 영광 속에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광채를 우리 몸에 입고 다시 세상으로 나서게 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따르기로 한 이상, 그리고 우리의 마음과 몸을 그분께 열어두고 있는 이상, 우리는 그 빛을 세상에 전하게 됩니다. 지난 80년 동안 이 땅에 그리스도의 빛을 전하기 위해 노력해온 저희들은 이제 더욱 열심한 마음으로 그리스도께서 부여해주신 언론 사도직의 직분을 수행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올 한해는 이방인의 사도이신 바오로 사도의 굳센 정신과 확고한 믿음을 되새기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께서는 올해 6월 28일부터 1년 동안을 ‘사도 바오로의 해’로 지내면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 나아가 복음을 선포한 바오로 사도의 모범을 따르도록 하셨습니다. 바오로 사도 탄생 2천주년을 맞아 선포된 이 특별 성년은 보편교회 모두, 특히 여전히 선교 지역으로서 복음화에 일층 박차를 가해야 하는 아시아 교회, 우리 한국교회에 복음화를 위한 특별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가톨릭신문은 아직도 복음을 전해야 할 ‘이방인’이 더 많은 우리나라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바오로 사도로부터 그 지침을 얻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그리스도의 뜻을 펼치기 위해 노력한 불굴의 정신은 조금씩 신앙의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한국 교회에 커다란 자극이 될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처럼 세상에 복음을 전하려는 노력은 결코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인들은 오히려 말보다는 삶의 증거로 복음을 선포하기를 원합니다. 삶의 증거로 그리스도의 빛을 전하는 일은 우리의 모든 것을 투신하기를 요구합니다. 그것은 곧 우리 삶 자체가 그리스도의 삶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문화의 복음화라는, 우리 시대의 가장 강력한 요구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화란 삶 전체, 모든 삶의 방식을 의미합니다. 현대 세계의 문화는 종종 그리스도께서 일러주시는 방향에서 엇나간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의 가치가 현대 세계의 문화에서 나침반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올 한 해 동안 참된 그리스도교 문화를 진작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경주될 것입니다. 하나는 2천년 교회 역사를 통해 축적된 엄청난 보화들을 재조명하는 동시에 그 현대적인 가치와 중요성을 다시금 발견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복음적 가치에서 엇나가기 쉬운, 주로 첨단의 대중 매체들을 매개로 하며 상업적 동기에 깊이 뿌리내린 현대 문화 현상과 상품들에서 복음화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현대 세계에서 문화적 접근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더욱 중요한 방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화의 복음화라는 방식은 현대 세계와 사회의 복음화를 위한 가장 광범위하면서도 효과적인 복음화의 길이 될 것입니다.
한편 세상과 사회에 대한 문화적 접근에서 가장 초점이 되는 것은 영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선교 3백년을 조금 넘은 한국 천주교회는 이제 참되게 가톨릭적이면서도, 참되게 한국적인 영성을 필요로 합니다.
영성은 가톨릭 문화의 가장 핵심을 이루는 것이며, 그리스도의 빛을 세상에 비출 때, 우리 몸과 영혼에 채워져 있어야 하는 그리스도의 정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 교회가 70년대와 80년대 고도성장을 구가한 후 90년대에 들어와 복음화에 적신호가 들어온 것은 아닐까 우려하면서 가장 절실하게 부족함을 느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보편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영성의 부재가 바로 우리 스스로 느꼈던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였습니다.
가톨릭신문은 이제 영성의 길을 찾아 나서겠습니다. 물론 영성을 향한 모색의 길은 힘든 여정일 것입니다. 그것은 한국교회 전체, 많은 신학자들, 사목자들, 수도자들의 몫이며,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 사는 평신도들의 몫입니다. 하지만 특별히 그리스도의 빛을 전하는 저희 가톨릭 언론의 몫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올 한해, 심오한 영성의 대가들로부터, 한낮 필부의 단순한 삶의 영성에 이르기까지, 사막의 은둔자의 영성으로부터 한국의 순교영성까지, 한국교회와 신자들의 영적 삶을 지탱해줄 영성의 보화들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사랑하는 애독자 여러분,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빛을 세상에 비추는 하느님의 자녀들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우리 주님께서 맡겨주신 그 빛을 세상에 비추는 도구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올해 우리가 그 탄생 2천주년을 기념하는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에게 이렇게 당부합니다.
“여러분은 한때 어둠이었지만 지금은 주님 안에 있는 빛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에페소서 5, 7)
주님의 빛이 올 한 해, 우리 발걸음을 비춰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창영(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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