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던 영화 ‘너는 내 운명’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이 영화에서 한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한 남자는 자신의 타입이 아니라며 모질게 밀어내는 여자의 거절에도 굴하지 않고 모든 정성을 기울여 결국 그 사랑을 쟁취한다. 남자 주인공 석중은 여자 주인공 은하의 마음을 얻기 위해 커피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매일 다방을 찾는가 하면, 위기에 처한 여자를 돕기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인 젖소를 아낌없이 판다. 이뿐이랴. 여자의 AIDS 판명 후 남자 가족들이 둘을 갈라놓으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지만 사랑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진정한 마음과 열정을 어찌하지 못했다.
‘모이면 기도하고 흩어지면 전교하자’. 신자들이라면 늘 가슴에 새겨야 할 문구다. 하느님을 모르는 이웃들과 그 분의 크신 사랑을 나누는 일은 신앙인의 으뜸 소명이다. 우리는 미사 때 ‘가서 복음을 전하라’는 말씀을 듣는다. 이는 하느님의 말씀이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말씀과 사랑을 모든 이웃과 나누라 요청하고 계신다.
솔직히 성찰해보자. 신자로 살아온 햇수야 제각각 다르지만 그동안 몇 명이나 전교했는지. 아니 시도는 해보았던가. 본당활동엔 관심이 없고 오직 주일미사 참례로 신자의 의무를 다했다 여겼다면 올바른 신앙인의 삶이었다고 얘기하기 힘들 것이다. 말로는 “좋으신 하느님 사랑합니다” 외치지만 그 분을 알리는 일에 얼마나 정성을 기울였는지 진솔하게 되짚어보았으면 좋겠다.
최근 전국의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앙실태 조사에서 지난 1년간 이웃이나 비신자들에게 성당에 나오도록 권유해본 경우를 물어보니 응답자의 71.8%가 없는 편(별로 없다+전혀 없다)이었고, 있는 편(대단히 많다+비교적 많다)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8.1%였다. 곧 10명 가운데 7명은 신앙인의 가장 큰 소명인 선교에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 ‘타종교에 비한 천주교 신자들의 선교열기’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3%가 제일 부족하다고 했고, 그저 그렇다란 답도 28.8%에 이르렀다. 이는 타종교에 비해 가톨릭 신자들의 전교열이 낮다는 사실을 스스로 더 잘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
선교는 신앙인의 사명이자 운명이다.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쳐도 우리가 믿고 따르는 좋으신 하느님을 널리 전해야 한다. 누군들 거절당하고 망신당할지도 모를 상황에서 선교하고 싶겠는가. 그렇지만 영화 속 남자 주인공처럼 진정한 마음과 열정만 있다면 이런 난관은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물론 전제조건은 신앙에 대한 확신이다. 스스로가 믿음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영원한 생명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면 다른 이들에게 신앙을 권유할 수 없다. 따라서 늘 기도하며 하느님의 말씀을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느님을 모르는 이웃들은 그 분을 믿고 따른다는 우리의 삶을 보며 좋으신 주님을 체험하게 된다. 이것이 선교에 임하는 자세다.
“내가 복음을 전한다 해서 그것이 나에게 자랑거리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내가 복음을 전하지 않는다면 나에게 화가 미칠 것입니다”(1고린 9, 16).
‘선교는 내 운명’. 각자가 마음으로 외쳐보자. 성경말씀처럼 마땅히 해야 할 사명이 선교임을 잊지 말자. 선교하다 무안당하고 문전박대 당하면 어떠랴. 하느님을 전하는 일이다. 한국교회 모든 신자들이 선교 열기로 활활 타오를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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