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 발표한 ‘복음화의 몇 가지 측면에 관한 교리 공지’는 교회의 본질이 복음 선포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다. 물론 교회의 복음화 소명은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너무나 당연한 진리에 속한다.
하지만 신앙교리성에서 이처럼 복음화와 관련된, 특히 현대 사회와 세계 안에서 복음화에 걸림돌이 되는 몇 가지 사고 방식을 굳이 지적하면서 문서로 발표한 것은 오늘날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상에 선포하는 소명의 수행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특히 교회의 복음 선포 노력과 관련해 신앙교리성 문서의 지적은 종교적 다원주의가 만연해 있는 아시아 대륙과 교회의 현실에서 반드시 깊이 성찰해야 할 과제들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문서가 이미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신앙교리성은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복음 선포에 있어서 좀더 분명한 입장을 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즉,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설득하려는 행위가 상대방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아닌지 의아해 한다는 것이다.
신앙교리성의 문서는, 복음을 받아들여 하느님 백성의 일원이 되도록 하는 것보다는 각자 자기가 가진 종교에 만족하며, 다만 정의와 자유, 평화와 연대를 위해 함께 노력하도록 권유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들은 교회의 복음 선포 노력이 마치 제국주의적인 영토 확장의 의미밖에 없는 것처럼 말하기 쉽다는 것이 이 문서가 주의를 주고 있는 점이다.
결국 오늘날 교회 안에서 상당히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주장 중 하나는, 이처럼 교세의 증가에 치중하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관용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현대 사회에서 복음화의 더욱 올바른 자세라는 것이다. 하지만 얼핏 듣기에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이런 주장은 자칫 그리스도교적 복음 선포의 의미를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할 수 있다. 신앙교리성 문서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인간학적, 교회론적, 그리고 교회 일치적 의미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이 문제를 다룬 문서가 제시하는 핵심은 복음 선포, 곧 그리스도의 진리를 받아들이도록 선언하는 것이 강제나 억압이 아니라 진리와 선을 대화를 통해 나누는 행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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