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가 지난 12월 30일로 사실상 사형폐지 국가가 됐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64마리의 비둘기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비둘기 수는 한국의 사형수 수를 상징한다.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를 중심으로 국내 사형폐지운동 단체들은 이날 ‘사실상 사형폐지국’ 진입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들을 가졌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는 10년 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국가를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한다. 우리 나라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12월 30일 23명을 형장의 이슬로 보낸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권 아래 10년 동안 한차례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다. 현재 국내 사형 확정자는 64명이다.
사형제 폐지국가 선포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인권상황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매우 의미있는 기회다.
현재 세계적으로 사형제도를 없앤 나라는 102개국, 10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 폐지국은 29개국이다. 합치면 모두 131개국이다. 한국은 132번째로 사형폐지국가가 돼 인권국가의 반열에 오르게됐다.
남은 과제는 이제 제도적으로도 사형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다. 상황은 우호적이지 않다. 이미 15, 16, 17대 국회에서 사형제도폐지특별법안이 여야 국회의원 과반수의 서명으로 제출되었지만, 법사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사형제를 원점에서 계속 검토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제17대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후보 시절 “사형제는 범죄예방이라는 국가적 의무를 감안할 때 유지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혹여 그의 재임기간 동안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사형폐지는 세계적인 경향이다. 유럽연합(EU)은 사형제 폐지가 가입 조건이다. 유엔도 지난 11월 18일 ‘사형집행 유예 결의안’을 채택했다. 사형폐지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다. 물론 국민적인 공감대도 필요하다. 그러나 사형제 존치 주창자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주장처럼 사형이 범죄예방(억지) 효과가 있다는 논리는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여러 통계와 학설로 입증됐다.
한국이 인권국가로 거듭 나는 길은 국회와 정부가 천부적 인간생명권을 말살하는 사형제도를 하루빨리 폐지하는 길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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