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때면 눈에 콩깍지가 씌게 마련이다. ‘콩깍지 효과’다. 언젠가 미국 맨체스터 대학에서 이른바 ‘비어 고글 효과’(beer goggles effect)라는 재미난 연구를 했다. ‘콩깍지 효과’의 조건에 대한 것이다.
술을 많이 마실수록, 담배연기가 자욱하고 조명이 어두울수록, 시력이 나쁠수록 효과가 높았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음주를 자제하고 밝은, 금연 장소에서, 1m 이상 떨어져 대화를 나누고, 안경도 써야 한다.
콩깍지 효과는 꽤 오래, 심하면 몇 년씩 간다. 애인이 하는 모든 짓은 다 예뻐 보인다. 시도 때도 없는 투정도 귀엽기만 하고, 살짝 삐쳐서 흘기는 눈매도 어여쁘기만 하다. 그런데 흘겨보는 눈길이 예쁜 것은 오직 그때뿐이다. 연애도 아닌데, 흘겨보기를 일삼는 것은 자칫 인간관계를 해칠 수 있다.
흘겨보기의 심리는 무엇일까? 흘기는 행위 자체야 형상의 묘사이지만, 못마땅한 심사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적대감의 표현인 ‘째려보다’라는 말을 국어사전은 “못마땅하여 매서운 눈초리로 흘겨보다”라고 설명한다. 북한말로 “빼끔거리다”라는 말은 “몹시 아니꼽게 자꾸 흘겨보다”라고 적고 있다.
속담에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다”라고 하여 욕먹은 데서는 화풀이를 못하고 엄한데 가서 화풀이를 하는 상황을 풍자해 눈 흘김의 동기가 노함과 못마땅함에 있음을 암시한다.
한자어로 ‘백안’(白眼)이라 함도 흘기는 행동과 관련이 있다. ‘눈알의 흰자’라는 뜻의 백안을 빚대어, 사람을 흘겨 볼 때 눈알의 흰자가 많이 나타나기에 그런 눈초리로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접대를 ‘백안시’(白眼視)한다고 말한다.
죽림칠현의 한 사람이었던 ‘완적’(阮籍)이 세속적인 사람을 만나면 백안으로,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면 ‘청안’(靑眼)으로 맞이했다 해서 유래된 말이라 하니, 나름대로 이유는 있는 것이지만 오늘날의 용례에서는 그저 “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냉대하는 눈초리를 비유한 말”의 성격이 강하다.
어느 것이 됐든, 흘기다 혹은 흘겨본다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선의(善意)와는 꽤 거리가 있다는 것이 경험상의 통념이다. 경험적으로, 우리는 흘겨보기의 폐악을 자주 본다. 지난 대선, 정책의 실종과 함께 막말과 인신공격의 난무야말로 흘겨보기의 전형이 아니었던가.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결혼 후 조금씩 구태의연해진 사랑으로, 못마땅한 점들이 하나씩 발견되면 수시로 아내를, 남편을 흘기지 않는가. 성당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주 우리는 파벌을 형성하고서는 상대방과 그가 어울리는 사람들을 시기 질투하기 일쑤이다.
흘기는 눈길의 또 다른 심사는 오만함과 섣부른 판단에서 오는 선입견과 편견이다. 하느님 외에 누가 그리 자신 있게 남을 업수이 여길 수 있을 것인가?
진심과 애정이 결여된, 이웃을 흘겨보는 눈길을 하느님께서는 마땅하게 여기지 않으실 것이다. 일찍이 하느님 백성은 “저에게 오만한 눈길을 허락하지 말아 달라”(집회 23, 4)고 청하였다.
우리가 이웃을 보는 눈길은 하느님을 닮아야 한다. 정의의 하느님께서는 ‘죄 많은 이 나라’에 눈길을 주시어 멸망에 떨어뜨리기도 하실 것이지만(아모 9, 8), 자비이신 하느님께서는 ‘어진 눈길을 지닌 이’(잠언 22, 9)에게 복을 주시고, ‘그들이 잘되게’ 하고 ‘그들을 이 땅으로 돌아오게’ 눈길을 주신다.(예레 2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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