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에 늦둥이 아들을 두었습니다. 위로 누나가 둘인지라 모두가 아들 낳기를 원해서 셋째를 가진 줄 알고 속된 말로 홈런을 쳤다는 우스갯소리를 밥 먹듯 들었습니다. 속내는 아들은커녕, 셋째는 상상조차 못할 상태에서 가진 아이인지라 하느님의 뜻이 어디 계신지 정말 궁금하기조차 했습니다. 게다가 아들이라니요.
딸이든 아들이든 그냥 낳겠다고 한 지 9개월이 되었는데도 성별에 괘념치 않았습니다. 어느 날 참다못한 의사선생님은 궁금하지 않느냐면서 헤벌쭉 웃더니 연발 “기도를 많이 하셨나봅니다. 축하드립니다.”로 축포를 쏘아주었습니다.
아이는 어릴 적부터 어딜 가나 “어이구, 이 녀석 땜에 다복하십니다. 그려”라는 말을 들으니 궁금할 수밖에요. 막내인 탓인지 쑥스러움을 잘 타면서 유난히 살갗부빔을 좋아하는 녀석을 안고 너댓 살부터 말해주었습니다. 너는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입가에 퍼지는 번지르르한 녀석의 미소는 최대 만족 그 자체였습니다.
물론 부풀리긴 했지만 엄마아빠가 열심히 하느님을 사랑하고 누나들의 착한 모습을 보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너를 선물로 주셨노라고.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어이구 우리 뿡알이, 뿡알이’한다고.
든든한 하느님, 나를 잡아주실 하느님. 언제 어디서든 나를 품어 안아주시는 하느님. 우리는 누구나 그분께 받은 탄생신화가 있습니다. 비록 그분은 낮은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지만 우리 각자에게 주신 탄생신화는 한치 부족함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와 함께’라는 신화의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낮게 오셔서 세상의 빛이 된 바로 그 신화.
이현자 (벨라뎃다, 월간 둘로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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