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내 길을 계속 가야 한다”(루카 13, 33)
사제 서품 때, 제 모든 인생을 걸고 살겠다는 다짐으로 선택한 예수님의 말씀이다.
서품 성구를 가지고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내 마음속에 다짐과 두려움의 마음이 교차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오히려 지금은 두려운 면이 더 강해진 것 같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 믿음이 약해져서일까.
이 말씀을 선택한 이유는 죽음을 앞두시고 예루살렘을 바라보시며 어떠한 고난이 다가오더라도 하느님의 길, 아버지의 뜻을 향해 꿋꿋이 가시겠다는 예수님의 비장한 각오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많은 분들의 기도와 도움 속에 준비해 온 사제품에 대한 설렘과 감사함,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부임지와 시간 속으로 간다는 불확실성 앞에서 느끼는 두려운 마음이 교차되는 시기에 이 말씀은 사제로서 죽을 때까지 성실히 하느님의 길을 살아가신 그분을 본받겠다는 다짐이요 청원기도였다.
물론 아직도 이 말씀을 서재에 크게 써 놓고 되새기고 있으며 서품상본은 책갈피에 넣고 늘 기억하며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돌아보면 어떤 날은 하느님의 길을 어떤 날은 나의 길을 걸어 왔고, 어떤 날은 다른 사람들의 길에 휩싸여 지냈음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 더 큰 희망을 가져 본다. 나의 뜻보다는 하느님의 뜻을 추구했던 사제의 모습을 크게 축복해 주신 날들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갈매못 성지에서 보여주신 예수님의 사랑, 그리고 예수님의 사랑을 좇아 하느님의 길을 끝까지 찾아 나섰던 순교자들의 모습들, 그 길을 찾아나서는 수 없이 많은 교우들의 모습들….
교구청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일에 치우쳐 지내기도 하지만 미래 모든 불안감의 십자가를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오늘 십자가는 오늘만 지면 된다’라는 생각과 ‘십자가를 함께 지어 주시는 예수님’이 있기 때문이다. 내일이 오늘이 되고 그 다음 날이 내일이 되는 이유는, 늘 오늘만을 가는 삶에서 이뤄진다고 믿는다.
어느 날, 오늘과 내일 그 다음 날이 모여 전 인생이 봉헌되는 날이 있으리라는 믿음과 희망에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계속해서 내 길을 가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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