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때 늦은 감도 있었지만 늦게나마 신문사 전체 직원들이 태안으로 봉사활동을 나섰다.
좀 일찍 다녀왔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부끄러움이 들 정도로 현장에는 이미 수많은 인파가 몰려 바위에 묻은 기름 찌꺼기들을 씻어내고 있었다.
날씨가 궂어 우박과 빗방울이 섞여 떨어지는 가운데에도 봉사자들은 “점심 먹으라!”는 소리에 “벌써?” 하고 서운해 할 만큼 몸을 사리지 않고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참으로 고맙고 착하신 분들이다. 하지만 기자는 고마운 생각에 앞서 화가 났다. 사고는 엉뚱한 사람들이 쳐 놓고, 왜 이 많은 ‘엄한 사람들’이 비 내리는 바닷가에서 이러고 있는가 하는, 심성 사나운 울화가 치밀었다.
진정한 ‘엄한’ 피해자야 서해안의 주민들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참사에 단 한 조각의 책임도 없는 주민들은 생존의 조건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실제로 굴 양식을 하던 주민 한 분이 음독자살을 하고야 말았다. 타살에 해당한다.
정에 약한 우리 국민들은 국가적 불행, 재앙에 부딪힐 때마다 솔선수범해 자기 것을 내어놓았다. IMF 금융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도 그랬다. 항상 국가와 사회를 위기에서 구하는 것은 ‘큰손’이 아니라, 민초들의 작은 손길들이었다.
오늘도 서해의 바닷가를 수놓는 봉사자들의 엄한 노동이 헛되지 않으려면, 이 어리석을 정도로 순하고 착한 국민들의 선의에 제대로 대답하려면, 철저하게 책임이 규명돼 봉사활동을 하면서 화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숨넘어갈 지경에 처해 있는 피해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구제 방법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외면할 생각이 없는 우리는, 올 여름 휴가에도 서해를 찾아가 갯벌을 살피고, 밥 한 끼라도 거기서 먹고 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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