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 마지막 주일은 한국교회가 정한 ‘해외원조주일’이다. 한국 주교회의는 지난 1991년, 가진 바를 나누고 가난한 이들의 아픔에 동참하자는 취지로 그동안 지내던 ‘구라주일’을 ‘사회복지주일’로 제정했다. 사회복지주일은 2002년까지 유지되다가 2003년부터 해외원조주일로 변경됐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본격적으로 해외원조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1993년부터다. 한국 주교회의는 1992년 가을 총회에서 향후 사회복지주일 2차 헌금 전액을 해외원조 사업에 사용하기로 결정했었다. 사회복지주일이나 해외원조주일은 그 이름과 우선 지원 대상만 바뀌었을뿐 가난한 이들을 기억하며 가진 것을 사랑으로 나누자는 근본 제정 취지는 그대로다.
우리 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세계의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으나 세계 10위권에 드는 경제부국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경제성장에는 해외원조가 큰 역할을 했다. 해외원조주일은 빈곤에 허덕이던 한국 사회와 교회가 해외원조로 기아와 빈곤을 이겨냈음을 기억하고, 이제 받은 것을 돌려주고 갚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촌 빈곤 퇴치에 대한 우리 기여도는 부족하기 짝이 없다. 최근 본지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한국교회의 해외원조 내역도 15년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경제성장에 비춰보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집중지원국을 선정해 지원하거나, 뜻하지 않은 재난 재해로 실의에 빠진 나라와 주민들을 돕기 위한 한국 카리타스의 활동은 어려운 여건에 비길때 박수 받을만 하다. 하지만 해외원조에 대한 신자들의 인식과 지원은 아직 미미하다.
특히 북한을 포함한 해외원조에 대한 선입견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세계 어디든 다 도와줘도 북한 만은 안된다”거나 “국내에도 도와줄 사람 많은데 왜 구태여 해외냐”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교회가 가르치는 ‘나눔’의 참 뜻을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한다.
성경말씀처럼 강도 만난 사마리아인에게 이웃이 되어주는 것은 신앙인의 당연한 의무다. 사랑 실천은 단순히 복지활동에 그치지 않고 교회 본질의 한 부분이며, 교회의 존재를 드러내는 데 필수적인 표현이다.
나눔의 참 의미는 내게 ‘남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게 ‘요긴한 것’을 나누는 것이다.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1요한 3, 17~18)을 실천하는 해외원조주일이 돼야 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