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경제다. 얼마 전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도 경제 살리기로 집약된 공약이 다른 모든 목소리를 압도할 정도로 위력을 발휘했음을 보더라도 경제가 우리 사회 저변에 깔린 다양한 문제를 풀어가는 핵심고리라는 데는 이견을 없을 듯하다.
이렇듯 경제로부터 파생되는 문제가 우리 사회의 핵심적 사안이라는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하는 교회 안팎의 자세에는 적잖은 문제가 있는 듯하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뤄왔음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는 861만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는 100대 50으로 확대됐다.
법정 최저임금조차 못받는 사람이 189만명으로 노동자 8명에 한 사람꼴로 늘어나면서 국민 열명 가운데 한 사람이 최저생계비 이하의 절대 빈곤 상황에 처해있음에도 누구도 이들의 삶을 끌어 올릴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새로운 집권세력을 비롯 우리 사회 적잖은 지도층들이 끊임없이 경제 이슈를 제기하며 어떻게든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그리 호락호락 문제가 아님은 지난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특히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격한 양상을 띤 양극화로 인해 파생되는 각종 사회 문제는 궁극적으로 살려야 할 것이 경제 자체가 아니라 우리 사회여야 함을 확인시켜 준다. 이는 국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경제적 가치로 다른 모든 삶의 가치를 치환하고 있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현실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양극화 문제를 비롯 각종 사회 문제의 요추는 가치관 부재 현상과 궤를 같이한다. 양극화 문제의 다른 이름이라 할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도 결국 노동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발전’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이익’ 중심의 가치관과 사고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그 행위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절대선으로 판단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악으로 재단하는 왜곡된 의식이 확산되며 우리 사회의 문제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가치관이 경도된 시대일수록 교회의 예언자적 역할은 더욱 중요성을 띠지 않을 수 없다. 특히나 양극화 현상과 궤를 같이하는 비정규직화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이들이 교회에서도 멀어지는 현상이 구조화되고 있는 현실이고 보면 가난한 이들을 껴안고 그들 곁으로 끊임없이 다가서려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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