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그 중에서도 통일부를 외교통상부에 흡수하는 통일부 폐지안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분명히 갈리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대북업무의 효율성 강화와 범정부 차원의 통일준비를 위하여 외교통상부와의 통합 불가피성을 주창하고 있으나, 이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지난 10년간의 대북 편향적인 정책 집행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통일부의 존폐여부는 국회 결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 당선자와 여야의 힘겨루기와 명분 논쟁을 통해서 결과가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신정부의 통일부 폐지 논쟁을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통일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성을 느낀다.
정부조직은 기능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조직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통일부도 정부조직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조직의 효율성이 낮을 경우 기능과 조직의 개편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의 통일부 개편 논의는 기능과 조직, 그리고 효율성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을 뿐 통일에 대한 철학과 남북사회통합에 대한 준비 차원의 심도 있는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지난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을 경험하면서 통일에 대한 진지한 담론이 형성되지 못하고 오히려 통일논의의 위축을 경험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사회의 중요한 통일 담론이었던 ‘민족통일’과 ‘사회통합’은 ‘남북교류’와 ‘민족공조’에 자리를 내어주었다. 북한의 개혁 개방과 교류협력을 통하여 남북 화해와 번영을 추구하는 것은 환영받아야 하며,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남북교류와 민족공조, 그리고 북한 개혁 개방은 통일의 과정일 뿐 목표는 될 수 없다.
지금은 통일을 위한 행동계획 뿐만이 아니라 입체적이고 장기적인 통일 대비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교통상부는 외교적 협상과 실행을 중심으로 하는 부서다. 현재 남북협상과 다자간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통일은 진행형이기 보다는 준비단계이다. 따라서 통일의 청사진을 준비하고 정부와 민간의 자원을 동원하여 통일과정을 준비하는 입체화된 로드맵을 개발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식량문제, 경제 개선, 교육과 사회복지 통합, 행정과 군사 통합, 북한 노동력 재교육, 북한선교, 북한인권 개선과 예방 등 현재시점에서부터 통일 이후 시기까지 지속되어야 할 수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통일준비를 정부와 민간이 함께 할 수 있는 진정한 소통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분단 민족에게 통일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민족사적 가치를 다시금 되새겨 볼 때이다. 통일은 정상회담과 정부조직, 그리고 정치인들의 기능적 접근만으로는 성사되기 어렵다. 우리는 한동안 남북관계의 개선과 교류의 증대를 통일의 진행형으로 인식하고 정치인과 정부기관에 민족의 가장 막중한 과업인 통일을 위탁하고 팔짱을 끼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통일은 가족사의 통합이며, 절단된 통행로의 연결이며, 닫힌 마음의 소통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들의 소망과 희생, 그리고 열정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통일 논의는 특정 정부의 전유물이 될 수 없으며, 통일 준비는 정부만의 기능이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통일논의와 통일준비는 정권을 떠나 한반도 민족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참여가 전제될 때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통일을 준비하고 기획하는 업무는 민족통일과 사회통합의 준비와 실행을 위한 기능이기 때문에 정권 차원의 이해관계와 분리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정부의 통일에 대한 주요 논의와 결정은 각 정당과 종교단체, 시민사회 대표가 참여하는 범국민협의체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 통일은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통일은 민족 구성원의 일부인 북한주민들의 자발적 동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통일 논의와 준비는 북한주민들의 고통과 입장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과 통일에 대한 관심과 이해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상대에 대한 이해와 사랑은 관심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통일부 폐지 논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냉소는 통일부 존폐의 긍정과 부정을 떠나서 아쉬운 일이다. 통일과 북한주민을 위한 기도로부터 국가적 차원의 통일 대비까지 그 모든 출발은 우리의 관심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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