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보(國寶) 1호 숭례문(남대문)이 내려앉는 모습을 지켜보는 심정은 참담했다. 600년을 지켜온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무너져 내리는데는 5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새까맣게 타버린 숭례문의 잔재를 현장에서 지켜보던 시민들도 망연자실했다. 눈물을 흘리며 남대문을 향해 큰 절을 올리는 한 시민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리게 했다. 숭례문이 스러져가는 광경을 방송으로 목도했던 이들도 부끄러움과 함께 치밀어 오르는 안타까움과 분노를 삼켜야 했다.
국보급 문화재의 훼손이 방화(放火)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니 더욱 할 말을 잃는다. 시민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한다며 야간에도 환하게 조명을 밝혔으나 정작 관리 감독체계는 무인경보시스템이 전부였다. 불이 난 숭례문에도 소화기 8대와 소화전이 전부였고, 화재경보기도 스프링클러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음이 불 난 뒤에야 밝혀졌다. 초기 진화과정에서의 미진함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지만, 허점 투성이인 관리체계를 볼 때 이미 예견된 대형 참사임이 드러난 셈이다.
지난 11일 이른 새벽, 불에 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린 숭례문과 함께 국민들의 자존심도 무너져 내렸다. 화재의 원인은 밝혀질 것이고 숭례문도 복구되겠지만, 무너진 국민 자존심은 쉽사리 돌이킬 수 없다. 사실 말이 복원이지 원형이 소실된 상태에서 그것은 본 떠 만든 새 건물에 불과하다. 숭례문의 역사와 상징성까지 복원할 수는 없기에 숭례문의 문화재로서의 가치는 영원히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이번 일로 그동안 숱한 문화재를 화마(火魔)에 잃고도 변변한 대비책 하나 내놓지 못한 관계당국은 책임을 면할 길 없다. 개방한 것은 좋으나 부작용까지 예측해 일반인 접근이 쉬워질 때 일아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문화재는 가까이 두고 즐기는 것 보다 보존이 우선이라는 점에서 문화재청의 관리소홀 책임이 크다.
숭례문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초기 대응에 미숙했던 소방당국의 책임도 크다. 소방당국은 불이 난지 2시간 30분이 지난 10일 오후 11시 30분께야 숭례문 설계도를 확보해 구조를 파악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지난 2005년 강원도 양양군 낙산사 화재로 가슴을 쓸어내렸던 국민들은 명백한 인재(人災)인 숭례문의 소실에 허탈과 좌절을 느낀다. 언제 어디서 같은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서둘러 예방하고 대비책을 마련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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